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점거농성으로 인해 장장 78일동안이나 수업을 중단해야만 했던 세종대학의 4천6백여 전학생들이 모두가 유급을 눈앞에 둔 위기상황으로까지 밀려왔다는 보도다. 우리 대학교육사상 일찍이 없었던 이 불행한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세종대의 전체 학부모들이 지금 이순간 겪고있을 「답답하고 안타깝기만한 심정」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73일만에 휴업조치가 해제된 지난 25일 우리는 그래도 학생들이 스스로를 자제해 「전원유급」이란 불행한 사태까지야 빚겠는가고 희망적인 기대를 걸어봤었다. 하지만 휴업해체 단 하룻만에 다시 휴업에 들어가는 세종대사태를 대하면서 우리의 기대와 학생들에게 걸어봤던 믿음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던가를 거듭 확인해야만 했다. 학생들은 신임 이중화총장을 다시 학교밖으로 내몰았다. 총장실과 교무처등에는 각목을 십자형으로 못박아 폐쇄하는 거친 행동도 전혀 나아진 게 없었다.
엊그제는 「그래도 유급만은 면해야 한다」며 일부 학과에서 궁여지책으로 행하는 계단수업현장에까지 뒤쫓아가 방해하는 반지성적 행동까지 보아야만 했다. 세종대의 이유별난 진통과정을 통해보면서 우리는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화의 과정이 꼭 이래야만 하는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금할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이 단계에서 오늘의 세종대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책임이 대학재단과 교수,학생들 그리고 대학을 지휘감독하는 문교당국등 3자중 어느 누구에게 더 있고 덜 있고를 따지기에 앞서 「전원유급」이란 치욕적인 오점을 우리 대학교육사에 남겨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부터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문교부가 29일 「내달 10일까지」로 최소한의 수업일수까지 축소하는 최후통첩마저 전달했다고 하니 우리의 염려는 더욱 그러하다.
세종대의 「학내민주화ㆍ자율화」 추구가 이지경에까지 떠밀려와야만 한 데 대한 원인과 배경을 따지자면 학생들은 물론이고 재단과 교수,그리고 문교당국등 어느 누구도 나은 데가 있다고 우리는 보지 않는다. 총장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학원민주화와 자율화 투쟁이 유독 세종대만의 문제도 아니며 재단의 올바르지 못한 대학운영자세나 대학재정의 변칙집행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모든 사학의 현안문제임을 누구도 부인못하는 게 우리 사학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별나게 세종대 학생들만이 「전원유급」이란 불상사까지 불사하면서 사태를 계속 악화만 시키고 있단 말인가. 물론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자기주장을 관철해 보겠다는 의지에 대해 구태여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혁명이 아니고서는 세상사란 보편타당한 방법으로 개선이 추구돼야 하며 또 결코 한술로 배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십수년간 쌓여온 병리를 도려내는 데는 단계가 있고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세종대의 「행동하는 주역」들에게 분명히 일깨워주고 싶을 뿐이다. 지금의 학생회 간부들은 이제 투쟁을 끝내고 정상수업에 복귀하는 운동에 앞장서서 「전원유급」이란 불행한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들」이란 오명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 또 세종대의 4천6백여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설득하는 데 팔걷어 붙이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행한 사태만은 면하게 하라고 진정으로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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