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투자 4백30조엔등 미 요구대로 「항서」/“내정도 간섭”거센반발… 가이후내각 “흔들”/미의 다음「표적」 한국ㆍ대만 확실【동경=정훈특파원】 「제2의 태평양전쟁」으로 불려지던 미일 구조협의가 지난 28일밤 극적으로 타결돼 1년간 계속되던 두 나라간의 「전쟁 아닌 전쟁」이 막을 내렸다.
이번 미일 구조협의는 지난해 7월 미일 양국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미국이 일본의 엄청난 대미 수출초과를 줄이기 위해 1년간 기간을 한정,주로 경제구조문제를 협의키로 한데서 비롯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에 시정을 요구한 일본의 경제구조 개선문제는 양국간 최대 현안이었던 일본의 무역장벽개선에 국한되지 않고 내정문제까지 간섭하는 등 2백개 항목에 망라돼 일본은 제2의 태평양전쟁이라고까지 반발했었다.
미국은 일본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통상법 슈퍼301조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압력을 가해왔는데 결국 일본은 미국이 요구한 대부분의 조건을 들어준채 완전히 항서를 쓴셈이다.
이번 미일 구조협의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의 무역장벽이 어느 정도 해소돼 한국의 대일진출이 용이해졌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의 다음표적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신경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미국은 미일 구조협의가 순조로이 끝날 경우 다음목표를 한국과 대만으로 돌리겠다고 시사한 바 있는데,특히 오는 가을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공화당정권으로서는 제301조를 무기로 무자비하게 압박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미일 구조협의의 보고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측의 보고서를 보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우선 일본은 양국간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액을 미국측의 요구대로 4백30조엔으로 책정했다.
오는 91년부터 2천년까지 향후 10년간 공공부문에 꼼짝없이 4백30조엔을 쏟아붓지 않으면 안되게 됐는데,금년도 일본정부 예산이 66조엔임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물론 미국은 일본의 공공투자부문중 주로 건설부문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 대점법(대규모 소매점포법)의 개정도 약속했다. 대점법은 원래 일본정부가 소규모 영세점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 그러나 이것이 당초 취지를 떠나 최근에는 외국의 대형백화점 등 유통업체의 일본진출을 가로막는 방파제로 둔갑해온 것도 사실이다. 대점법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가 진출할 경우 인근 소규모 영세점포의 승인을 절반이상 얻거나 지방자치단체에 허가를 신청,10년이 경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번에 이법을 개정,경과기간을 1년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전국의 소규모 점포가 1백60만개임을 감안한다면,이들의 로비도 만만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의회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번 미일 구조협의가 일본의 일방적인 굴복으로 끝났다고 대정부공세를 펴고 있으며,집권자민당내 일부의원들도 이에 동조,자칫하면 가이후(해부)정권의 진퇴로까지 비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또 오는 95년도에는 주택당 평균면적을 현재의 27평에서 28.9평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전국의 하수도 보급률은 40%에서 50%로,도시공원면적은 1인당 1.6평에서 2.1평으로 각각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91년부터 95년까지 항만시설을 확충키로 했으며 항공수요를 감안,이 기간중 새로운 공항의 건설에 착수키로 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의 이같은 실시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연간 3회씩 이를 점검키로 했는데 일본의 각계가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물론이다.
우선 미국이 시정을 요구한 2백여 항목 가운데 3분의 2정도를 미국측의 요구대로 들어준데 대한 국민감정이 심상치 않다. 그중에는 일본의 내정에 관한 것들도 많아 내정간섭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또 공공사업의 확대는 그렇지 않아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며,가뜩이나 부족한 인력난을 극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불만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렇게 미국에 밀리기 시작하면 끝없이 밀리게 된다』는 강경론의 득세. 이번 미일 구조협의에서는 일본의 쌀시장 개방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는데 강경론자들은 『미국의 일본에 대한 다음목표는 쌀시장 개방일 것』이라고 가이후정권의 이번 협상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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