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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정직한 실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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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정직한 실천(사설)

입력
199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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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의 뜻이 아무런 제약없이 자발적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매우 드문일이다. 3년전 단행됐던 6ㆍ29선언이 바로 그것이었다. 6ㆍ29선언은 통제와 억압의 권위주의적 체제를 민주주의체제라는 혁명적 탈바꿈을 우리 사회에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이 뿌리내리고 제도로서 정착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갈등과 마찰,시행착오를 반복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6ㆍ29선언 3돌을 맞는 정부와 민주자유당은 동 선언의 의의에 도취하기 보다는 그 정신과 참뜻이 얼마나 정직하게 구현됐고 또 계승되고 있는지에 관해 겸허히 성찰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사실 6ㆍ29선언의 의의를 단지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6ㆍ29선언은 당시 비민주적인 통제적 체제,더구나 정부의 강권과 국민적 저항이 대치한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6ㆍ29선언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천되었는가. 외형적으로는 8개항중 어느 정도 또는 상당부분 실현된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직선제,선거법 손질,사면ㆍ복권ㆍ구속자 석방ㆍ기본권 신장 등은 완전 또는 어느 정도 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실시,정당간의 대화풍토 조성,사회적 비리척결 등은 여전히 미결의 장으로 남아있다.

물론 외형적인 실천의 성적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보다 큰 관심사는 장차 정부와 여당이 6ㆍ29선언정신을 얼마나 철저히 계승할 것인지,아니면 이에 반하는 자세를 보일 것인지 여부에 모아져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먼저 민자당이 계획하고 있는 내각제로의 개헌문제다. 유신체제와 5공시절 비민주적 상황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최대의 바람은 대통령직선제였다. 따라서 6ㆍ29선언의 중요 부분이 바로 직선제 채택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과 수년만에 이를 내각제로 바꾸겠다는 데 대해 상당수 국민은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태우대통령은 지난번 김대중평민당총재와의 요담때 『당시 국민의 뜻에 따라 직선제를 수용했으나 원래 구상안은 내각제였다』고 술회했고 또 한국일보 창간기념회견에 이어 28일 낮 기자간담회에선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내각제개헌을 말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야당과 협의 협력해서 추진하겠다』고 처음으로 내각제개헌에 대한 언급을 했다. 그렇다면 노대통령과 민자당은 왜 내각제로 전환해야 하는가에 따른 이유와 구체적 방안을 갖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둘째는 지방자치제 실시문제다. 지방자치제 부활은 지난 30여년간 국민이 고대해 왔던 숙제임에도 아직까지 미결되고 있음은 분명한 약속불이행이요 직무태만이다. 물론 후보의 정당추천제등 야당의 이견이 있지만 정부ㆍ여당이 진정으로 민주화를 추진하려 한다면 다른 현안에 앞서 지자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6ㆍ29선언의 의미는 바로 국민에게 민주화에 병행하고 거기에 걸맞는 과감한 내정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약속에 있었다. 이점에 관해서는 정부ㆍ여당의 개혁의지에 회의를 가질 만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적지않게 일어났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일련의 개혁입법의 정체라든가 관 주도화 분위기,국민과의 약속이었던 금융실명제의 연기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개혁이나 쇄신이 그리 손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혁명적 변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쇠퇴하지 않는 혁명적 의지가 필요하다.

6ㆍ29선언의 정신은 이땅에 민주화와 경제및 사회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반드시 구현해야 할 엄숙한 명제임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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