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저녁 제1한강 철제아치빔에서 5명의 상경 농민이 시위를 벌여 퇴근길이 큰 혼잡을 빚었다.이 자리는 가끔 투신소동을 벌이거나 신상문제와 터무니없는 주장을 외치며 공중시위를 벌이는 곳이지만 이날의 시위자들이 외치는 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경청했다.
정부시책에 따라 도시영세민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이주한 유현상씨(42) 등 5명은 충북 7개군 이주영세민 49명과 함께 상경,민자당 서울시 보사부 등에 찾아가 자활대책을 호소하려 했으나 어느곳에서도 관계자들이 만나주지 않았다.
유씨 등은 『정부가 농경지ㆍ주택구입을 알선해 주겠다는 이주당시의 약속을 이행치 않아 날품팔이 등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서 막노동을 하며 4식구를 거느리던 유씨는 86년 농촌으로 이주하면 경작농지와 개간할수 있는 임야를 주고 5백만원까지 무보증융자를 해주겠다는 서울시의 설득으로 미련없이 제2의 삶을 찾아 충북 중원군 엄정면 목계리로 내려갔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유씨에게는 경작할 농경지도,개간할 임야도,당장 잠을 잘 집조차 없었다. 겨우 빈집에 터를 잡은 유씨는 축산계획서를 농협에 제출하고 2백만원을 융자받아 빚을 보태 소 5마리를 키웠다. 그나마 소값 폭락으로 융자금을 갚기는커녕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1천만원이 되었다.
유씨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해도 5년동안은 도시로 이주하지 못한다는 융자조건에 묶여 남의 땅을 소작하거나 날품팔이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각계에 여러차례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너무도 냉담해 집단상경했다』는 유씨는 『정부시책에 순응해 농촌으로 내려간 이주민들이 떳떳이 자활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주민들은 영세농어가 부채경감조치 대상에서도 제외된 농촌에사는 도시영세민일 뿐이다.
도시에서 버림받고 농촌에서조차 발붙이지 못하는 4만세대에 이르는 대도시 이주민들의 딱한사정을 들은 경찰은 경범죄위반인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이충재기자>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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