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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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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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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한동안 꽤 유행했던 모양이다. 유행의 진원은 TV의 CM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의 적용범위가 점차 에스컬레이트 되고 있는 것 같다. 당초의 남자사랑은 물론이고 공직자 부정근절,자녀교육에 이어 국가경제에 이르기까지 『여자하기 나름…』을 갖다 붙이기에 이른 세태이다. ◆얼마전 전부총리는 퇴임후 첫 공식석상이랄 수 있는 여성단체협의회의 결의대회에 초청인사로 참석,『과소비를 하지말라는 것은 돈을 알뜰하게 쓰고 검소하게 생활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저급품만을 사용하라는 말은 아니다』면서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가정과 사회적으로 여성의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과소비를 조장하지 않도록 여성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학자출신 부총리로 재임중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운용과 체질개선을 강조하며 금융실명제ㆍ토지공개념법 등을 추진하다 성급한 성장주의자들에 의해 자리가 밀려났던 그 인사이고 보면 오늘의 경제현실에 대해 할말도 많았을 법하다. 하지만 참석했던 자리탓인지 모르지만 『과소비가 물가를 올리고 성장잠재력을 잠식한다』며 가냘픈 여성들의 어깨에 걸린 막중한 책임을 호소하는 데 그쳤던 것이다. ◆얼마전 대통령은 성장론을 앞세워 내각에 입성했던 오늘의 경제장관들을 불러 물가를 한자리수로 잡지 못하면 물러날 각오를 하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조차 두자리수의 물가를 공공연히 예측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물가상승의 주범은 절제를 잃어온 방만한 통화관리라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기부양을 이유로 성장론을 외쳤던 현경제팀은 물가고 앞에 허겁지겁 경제운용을 안정기조로 돌이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오늘이다. ◆사실 그같은 짐을 국민된 도리에 가정주부나 여자라고 못질건 없다. 물가상승의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는 과소비풍조를 없앨 필요앞에서 누구나 다함께 참여해야 하는 게 도리이다. 하지만 순서만은 분명해야겠다고 생각된다. 나라경제를 맡은 사람들로부터 먼저 일을 제대로 하고서야 『여자하기나름…』 소리도 씨알이 먹히고 효력도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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