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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대사 회견/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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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대사 회견/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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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ㆍ그레그 주한미국대사의 27일 저녁 관훈클럽 회견을 보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의외로 강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한ㆍ소 관계의 급진전과 미ㆍ소 간의 화해 등으로 해빙무드에 젖어온 우리는 미ㆍ북한관계도 어느 정도 온기가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그레그대사가 회견에서 밝힌 북한관계 언급을 보면 얼음이 녹는게 아니라 반대로 더 얼어붙는 듯한 냉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5월 5구의 미군유해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는 화해제스처를 쓰는 것을 보면서 북한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니 미국도 화답하는 태도로 대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 관한 질문에 그레그대사는 『북한이 대화와 긴장완화를 위해 아무 노력도 안하는 현시점에서 미ㆍ북한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은 없다』면서『5구의 유해는 왔지만 아직 8천구가 남아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얼마전 일본의 총리 외상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ㆍ소간의 해빙무드를 틈타 「북한과의 수교」용의를 밝히고 「조건없는 접촉」을 내세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레그대사는 북한과의 수교에 관한 질문에 『북한이 남북대화 핵안전협정가입 테러리즘 포기 등에 진전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북한승인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본측의 성급한 대북관계 개선발언에 대해 최호중 외무장관이 경고했던 것과 어휘까지 같은 내용의 조건이다.

우리는 대개 미ㆍ일을 함께 우방의 대표격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같은 우방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40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에서 미국은 한국과 함께 많은 피를 흘리며 싸웠지만 일본은 한국전의 특수경기를 누렸다는 점에서 두 우방의 대북감정은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레그대사도 『현단계에서 미국은 교차승인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대북한 관계에서 이처럼 서로 입장이 다른 우방을 두고 남ㆍ북한에 대한 교차승인을 한때나마 한국외교의 기조로 삼았던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그럴듯하게 들렸던 교차승인이 이제와서 더욱 우습게 들리는 것은 소련이 한국과 수교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미국은 오히려 이를 지지하면서 「미국의 북한승인문제와 한ㆍ소 관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일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그대사는 『서울과 평양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한ㆍ소 수교가 이뤄진다해도 북한승인은 고려치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레그대사는 북방정책지지에 한술을 더떠 『통일독일의 NATO 잔류여부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한국문제에 있어 미ㆍ소가 차이를 보였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반도문제 접근에서 미ㆍ소의 의견일치를 강조한 대목은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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