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질문에 달변 응수/내외신 기자 5백여명 참석… 관심반영【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소공산당내 급진개혁파의 기수인 보리스ㆍ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은 26일 하오 6시30분(한국시간 27일 상오 0시30분) 공화국정부 청사 2층의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회를 앞둔 공산당의 진로 및 개혁의 방향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5백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이 참석,열띤 질문공세를 펴 옐친과 이번 당대회에 쏠리고 있는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기자는 한국언론으로서는 최초로 공산당대회취재를 위한 프레스카드를 발급받아 이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기자들의 박수갈채속에 회견장에 들어선 옐친은 기자들의 질문에 확신에 찬 우렁찬 목소리와 단호한 논리로 답변,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먼저 『이번 28차 당대회에서 공산당이 레닌의 민주집중제폐기등 적극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자신을 비롯한 민주세력이 탈당,분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나 『당이 전면개혁을 단행할 경우 민주세력은 페레스트로이카의 촉진을 위해 고르바초프와 적극적으로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타협가능성을 시사했다.
옐친은 이와 함게 『민주세력이 당대회에서 대세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분당이 불가피한가』라는 질문에 『공산당내에도 건전한 비판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파벌들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역시 타협의도를 내보였다.
옐친은 개혁추진속도를 둘러싼 고르바초프와의 갈등관계에 대해 『고르바초프동지와 협조하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느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고르바초프가 앞으로 민주세력의 요구를 수용,개혁을 가속화한다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과 공산당원의 입장에서 협조할 용의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은 겸직하고 있는 공산당 서기장직을 사임,다른 사람에게 맡겨야할 것』이라고 고르바초프의 권력분산을 요구했다.
한편 옐친은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으로서의 시정계획에 관해 『러시아공화국은 소련의 새로운 시장경제체제와 민주적 정치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인민들의 생활수준향상과 민주적 의회운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특히 민주화를 위해 중앙의 정부관료등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이들을 지방생산조직에 재배치,생산조직활성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연방체제 개편과 관련,『각 공화국의 경제주권이 보장되는 「국가연합」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공화국간의 조약을 맺어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공화국은 앞으로 대외적으로 외교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친은 1시간 가까이 계속된 기자회견의 마지막에 사견임을 전제,『당대회준비가 완료되지 않은점을 감안,10월로 연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견장의 기자들간에는 이같은 발언은 고르바초프에 대한 「압력용」인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은발과 상기된듯한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인 옐친이 쏟아내는 화려한 언변과 개혁논리는 역시 그가 경직된 소련정치의 「청량제」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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