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성과가 짧은 시일안에 있을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어쨌든 다섯달동안 끊겼던 남북대화가 다시 시작될 예정으로 있다. 우선 남북 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을 7월3일에 갖기로 합의했다. 이어서 남북 국회회담 예비접촉 재개 일정에도 합의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지난 2월8일 북한측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구실로 남북 접촉중단을 선언했던 때와는 판이한 주변환경속에서 남북접촉이 재개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유럽의 변화에 댈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여건변화가,재개되는 남북접촉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대화진전을 지켜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소 정상회담이다. 그것이 북한측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은 회담후 평양측이 보여준 격렬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이에앞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샌프란시스코회담에 앞서 이미 모스크바와 북경사이에서 논의됐다는 사실도 빠뜨릴 수는 없다. 지난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소련과 중국의 외무장관회담은 『남북한간의 대화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푸는 열쇠』라는 데에 합의했었다.
서울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 모스크바와 북경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남북대화를 촉구하고,그럼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우리측은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남북 불가침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영훈국무총리가 국회에서 밝혔다. 홍성철통일원장관은 좀더 구체적으로 『현재의 남북경계선 유지,상대방의 내정불간섭,무력불사용과 불가침의 국제적 보장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남북 불가침선언」은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보다 안정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공식절차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불안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개의 한국」이라는 구실로 일체의 「평화공존」을 거부해온 북한의 대남전략때문에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사실상 거부돼 왔다. 이제 동서 냉전구조의 와해라는 역사적 전환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분위기가 성숙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평화체제 전환은 한장의 문서나,성명서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평화체제의 실효성을 확신할 수 있는 근본적 여건이 확인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한 사이에 걸려있는 문제들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 북한측은 남북 정상회담을 받아들임으로써 적화통일 노선의 포기를 공식화해야 한다. 또한 이산가족의 재회와 왕래를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인도적 원칙을 존중하고,휴전선에 전진배치돼 있는 중무장 전투부대를 후퇴시키고 핵안전협정을 받아들임으로써 군사적 대치상태를 완화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콘크리트장벽」 운운하는 식의 우스꽝스런 대남비방을 그만두고 경제교류의 길을 터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남북한 사이에 최대의 문제는 「신뢰성」의 구축,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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