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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공산당 어디로 가나/역사적인 28차 당대회의 전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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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공산당 어디로 가나/역사적인 28차 당대회의 전망:3

입력
199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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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개혁파 분당가능성/고,옐친과 차기 정권 밀약/대통령 임기 보장 받을듯소련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가 확립된것은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후이지만 실제 공산당이 국가권력을 독점하는 기본원칙은 1903년에 개최된 제2차 공산당대회에서 채택됐다. 공산당이 배타적 「전권」주체로서 혁명은 물론 국가사회를 주관한다는 레닌의 주장이 승리함으로써 탄생한 볼셰비키당(파)이 오늘의 소련공산당의 모체인 것이다. 이 때문에 레닌의 등장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련공산당을 「볼셰비키당」 또는 「레닌의 당」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소련공산당은 헌법과 당헌으로 보장된 「일당독재권」을 상실했다. 지난 2월 공산당중앙위는 국민의 여론에 굴복,당의 「향도적역할」을 포기했다.

소련공산당은 이제 이론적으로,그리고 실제적으로 독재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수사학적인 관성때문에 레닌의 이름으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개최되는 제28차 당대회는 1903년의 제2차 당대회와 대칭적인 역사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7월2일에 개최될 제28차 소련공산당대회는 당의 진로를 놓고 3파전이 예상된다. 우에 리가초프가,좌에는 옐친이 있으며,그 가운데에 고르바초프가 자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삼파전이나 실제에 있어서 제28차 당대회의 기수는 옐친과 고르바초프다. 극우적 색채가 농후한 리가초프의 노선은 이미 혁명적 시류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레닌이 품어 부화한 같은 배에 속하는 공산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다같이 공산주의 이상을 레닌주의적 권력론으로 해석한다. 다만 고르바초프는 레닌의 「가변적 융통성」과 「위로부터의 혁명론」을 전수받았고,옐친은 레닌으로부터 「해방된 인민의 자유」와 「밑으로부터의 혁명론」을 이어 받았다.

제28차 당대회에서는 레닌주의에 대한 시대적 정답이 무엇인가를 놓고 볼셰비키파(레닌추종세력)와 멘셰비키파(반레닌세력)간의 대결이 새로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당대회에서 볼셰비키가 승리함으로써 멘셰비키(마르토프추종세력)는 반동세력으로 낙인이 찍혔었다. 물론 오늘의 상황은 1903년의 2차 당대회때와는 다른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권력투쟁면에서 고르바초프와 옐친간의 대립은 신판 볼셰비키 대 멘셰비키의 대결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오늘의 소련상황은 경제위기,민족분쟁,연방분열,당권위기,이념와해 등으로 요약된다.

이 모든 국가적 위기상황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다. 이같은 위기에 직면한 소련은 28차 당대회를 계기로 국가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묘책을 발견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과 이에 부응하는 민주화가 그 「묘책」이었다. 그는 극우와 극좌(급진개혁)의 가운데에 서서 우의 이름으로 좌를 견제하고,때로는 좌의 이름으로 우를 억누르면서 자신의 독보적권력기반을 구축해왔다.

고르바초프는 「신들린 천재」처럼 임기응변적 묘기를 보여 국내외를 현혹시키는데 성공했다.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사회주의 가속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신사고」 「민주화」등 숱한 요정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요정들은 73년간 「전지전능」했던 공산당을 「무지무능」한 존재로 만들었다.

문제는 당을 대신할 권력기구가 없는 가운데 일당독재체제가 붕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서둘러 권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행한 것이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제다.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정치국이 무기력해지자 더이상 당서기장으로서의 권력행사가 불가능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스스로 초대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제28차 당대회에서 소련공산당은 분당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좌와우,그리고 중도파가 시한부휴전을 하는 경우,공산당은 차기 당대회때까지 평화적인 분당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르바초프는 연합전선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고르바초프와 극우파의 리더 리가초프와의 연합은 상상할 수 없는 야합일 것이다. 유일한 선택은 극좌파인 옐친과 연합해 차기 정권교체를 약속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옐친은 이미 차기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급진개혁세력이다. 고르바초프와 옐친간의 밀약을 전제로 한 급진개혁세력의 분당이 제28차 당대회에서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옐친은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샤브챠크 레닌그라드시장등과 함께 이미 사회민주당이란 신당창당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8차 당대회에서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정치생명유지를 위해 옐친의 분당움직임을 묵인해주고,그 대가로 옐친으로부터 자신의 임기를 1996년까지 보장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김유남 단국대교수 미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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