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생활과 꿈의 합작으로 이뤄진 소산이다. 생활의 질과 시대적 상황이 문화를 탄생시키고 그 문화는 또 새로운 꿈을 잉태한다. 아무리 풍요를 구가해도 꿈이 없으면 의미는 반감한다.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풍요도 문화와 연계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기 쉽다. 배부른 경제동물보다 절도있는 문화국민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문화란 경작과 같다. 씨를 뿌리고 가꿔야 싹이 트고 꽃이 핀다. 비옥한 땅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문화는 없다. 그래서 문화의 성장과 발전은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고 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들어 새로 발족한 문화부가 2천년대를 겨냥,의욕적인 사업 목표인 「문화발전 10개년계획」을 확정,그 방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복지,조화,민족,개방,통일의 틀로 짜여진 미래지향의 청사진은 현란하기만 하다. 화려한 꿈을 마다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탈관료주의를 위해 문화 예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했다는 이번 10개년계획은 한마디로 대단히 의욕적이며 확대지향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할 만하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긍정적인 구상은 국어연구원의 설립과 민속공예촌 조성 그리고 남북 문화정책협의회 구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직까지 기틀이 제대로 안잡힌 어문정책의 확립과 잔영조차 흐려가는 민속의 보존 승계를 꾀하고 통일에 대비한 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이 정책은 서둘러 실행에 옮겨짐이 옳다고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학문과 예술과 문화 전반에 걸쳐 취약점이 있다면 기초의 빈약이다. 든든한 토목공사 없이 고층건물만 올리겠다는 무모함과 다를 바 무엇인가. 참된 문화정책은 기반 구축에 정열을 쏟음이 마땅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경계할 바는 외형과 전시형에 치중하는 문화정책임을 이 기회에 거듭 밝혀두고자 한다.
전통과 명성있는 외국의 예술전문학교를 본뜬 국립예술학교의 설립이나 「역사의 집」 「세계의 집」같은 계획은 현실성과 기대성과를 철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을 줄 안다.
가시적인 효과는 당장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나 기존의 것도 나약한데 새로 또 혹을 붙이는 결과를 낳는다면 큰 낭패임은 물론 그 부작용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 10개년계획의 최대난점은 3조8천5백억여원의 예산 조달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선 현실을 헤아려야 한다.
문화부 발족과 더불어 신임 이어령장관은 문화창달과 정책에 관한 포부를 신선한 문학적 언어의 세례로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문화의 불을 일으키는 부지깽이」같은 수사적 표현이나 까치소리전화운동등으로 문화에 대한 일반의 이목을 모으게 한 것은 인색하게만 판단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화정책은 꿈을 키워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봄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앞질러 나가면 본의아니게 관료주의,정부주도주의가 문화본질의 토양을 변질시킬 우려가 있음을 미리 대처해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듯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그 선택엔 우선순위도 포함된다. 내실있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추진하는 실속지향을 문화부에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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