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놀랄 게 없는 일과 다소 놀랄 만한 일.국세청이 국내 5대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전체 보유면적의 18.2%에 달한다고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은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이 그정도라는 건 이미 관청이 조사하든 하지 않든 예상되던 일」이라며 크게 놀라기 보다는 자기예상을 확인하는 표정들이다.
사람들이 다소 의외의 표정을 보인 대목은 재벌들의 비업무용부동산 보유실태라는 사실자체가 아니라,도리어 「다른 데도 아닌 국세청이 이례적으로 이같은 사실을 파헤쳤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특정재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은행빚이 1천5백억원이상인 재벌그룹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종전의 경우처럼 의심받을 만한 다른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닌 게 명백하다.
이번 국세청의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즉 아직 국민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7살짜리 손자명의로 수십만평의 땅을 사둔다든가 레저사업 진출을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법으로 수백만평의 땅을 사들이는 재벌들의 땅사재기 행태가 괜한 얘기가 아닌 실제임이 공식적 무게를 얹어 확인된 셈이다.
국세청 발표는 3자명의 부동산문제 등을 남겨놓고 있어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도 재벌들이 당장 사업에 소요되지도 않을 땅을 사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는 게 명백히 입증되고 있다.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이 남거나 은행에서 대출금을 끌어왔을 때 이 자금중 상당부분이 땅사는 데로 흘러들어가 당장의 사업과는 무관하게 묶여버리니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개발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세청 조사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적 차원의 노력이라는 맥락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여기에 다소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남은 건 재벌의 선택인데 이번 발표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의와 변명을 내놓은 재벌들이 있고보면 이러한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인가 보다. 일방적 조사에 대한 합리적 항변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추한 자신의 모습을 도채체 인정치 않으려는 태도에서 바로 한국재벌들의 한계를 보게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마지막으로 껍질을 벗는 재탄생의 가능성을 다시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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