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포기할 것인가/「사회민주주의」로 전환가능성/고,체제개혁작업 마무리할듯/당강령 수정예상… “레닌 유해 불태우라” 구호 등장소련공산당은 7월2일부터 제28차 당대회를 열고,민주화개혁의 거센 소용돌이에 처해있는 공산당과 공산주의의 향후 진로를 결정한다. 지난 3월 「공산당독재」 폐기에 따라 기로에 서있는 공산당은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등 공산독재의 잔재들을 청산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과 국가의 최고이상이었던 공산주의마저 공식포기,당의 목표와 명칭을 「사회민주주의」로 전환하는 「제2의 혁명」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소련체제와 공산주의의 변혁과정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28차 소공산당대회의 의미와 향방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오는 7월 2일부터 약 1주일간 열리는 제28차 소공산당대회는 오래전부터 소공산당 역사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역사적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것은 지난 3월 소련체제의 조직원리였던 「공산당독재」를 포기하는데에까지 이른 고르바초프의 체제개혁작업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 마무리작업의 「역사성」은 무엇보다도 공산주의를 당의 「도달목표」또는 「신념」으로 천명해온 공산당강령이 어떤 형태로든 수정될 것이란 예상에서 찾을 수 있다.
공산혁명이전인 1903년의 제2차 공산당대회에서 채택된 1차공산당강령이 프롤레타리아혁명을 공산당의 목표로 천명한 이래 역대 당 강령은 「공산주의」를 불변의 목표로 규정해 왔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건설」을 표방한 고르바초프 정권하에서 채택된 86년 3월의 4차당 강령도 여전히 공산주의를 당의 「도달목표」로 규정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중앙위총회에서 승인된 당강령초안도 공산주의를 「당의 신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사회의 민주화개혁작업의 진전과 동구공산당의 잇단 「공산주의 포기」선언에 따라 공산주의에 대한 소련사회의 「신념」은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는 공산당내의 급진개혁세력인 「민주강령」파가 공개적으로 당의 목표로서의 공산주의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공산주의 전면포기」를 주장하는 급진개혁세력과,「공산주의 고수」를 외치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 세력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즉 『공산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은 여전히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논리였다.
이같은 고르바초프의 자세는 공산주의 종주국의 최고지도자로서는 당연한 「전략적 위치선정」으로 분석돼왔다. 공산주의에 대한 소련국민들의 존중의식자체가 다른 공산국가들에서와는 달리 뿌리 깊은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회의 존립기반을 단숨에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개혁세력의 개혁논리는 궁극적인 공산주의의 포기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분석이었다. 그리고 이는 고르바초프개혁이 표방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다원적민주주의,시장경제원칙도입등이 그동안 소련이 실험해온 형태의 공산주의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산당독재포기」를 처음 결의한 지난 2월의 공산당중앙위총회에서 고르바초프는 유례없이 연설에서 레닌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지 않았다. 이때 이미 외부세계에서는 개혁지도부가 사실상 레닌으로 상징돼온 공산주의와의 결별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이같은 개혁지도부의 「공산주의포기」의도는 한층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리즈코프총리는 『공산주의는 도달불가능한 이상』이라고 언명,당대회를 앞두고 중대한 시사를 던졌다. 이어 고르바초프는 지난 19일 개막된 러시아공화국 공산당대회에서 정치보고를 통해 당의 성격을 『공산주의의 비전을 갖되,현실적으로는 사회주의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규정은 기존의 당강령에 명시된 공산주의노선으로부터 크게 후퇴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 이에 앞서 고르바초프의 최고측근인 정치국원 야코블레프도 『소공산당은 대서방 정당관계에서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서방사회 민주주의 정당과 같은 방향으로 역사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같은 소련개혁지도부의 발언은 급진개혁세력들의 요구에 접근한 것이다.
민주강령파의 공동의장인 루이첸코는 최근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에 기고한 글에서 ▲공산주의포기 ▲공산당명칭변경 ▲이데올로기독점포기 ▲민주집중제포기 ▲노멘클라투라제폐기 등을 이번 당대회에서 결의할 것을 요구했다.
급진개혁세력들은 『인민의 지지를 상실한 공산주의의 포기는 당연하며,공산당명칭자체도 개혁노선과 모순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급진개혁세력이 공산당내에서 20%정도의 세력밖에 갖지 못해 이들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통적인 마르크스ㆍ레닌주의 노선을 고수하는 보수세력은 현재 공산당내에서 10%정도의 세력에 그친다. 그리고 나머지 70%정도의 다수파온건중도세력을 대표하는 고르바초프는 실제 옐친등의 급진개혁세력을 개혁의 전위부대로 이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급진개혁세력들이 「공산주의포기」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보수세력의 저항을 억제,개혁지도부의 구상대로 당대회를 이끄는데 결국 도움이 될 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산당을 비롯한 사회전체의 분위기가 지난 2월 중앙위총회때와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공산당은 지난 3월 대의원직접선거등을 규정한 새로운 당규약을 채택,노동자ㆍ농민ㆍ지식층등 개혁파대의원을 다수 선출했다.
그리고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샤브차크레닌그라드시장,옐친러시아공화국최고회의의장등 급진개혁파의 기수들이 권력기구를 장악한데서 나타나듯이 개혁의 대세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당대회를 앞두고 전소탄광노동자대회가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하는등 「탈공산주의」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요즘 『레닌유해를 불태우라』는 시위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결국 소련공산당이 공산주의포기와 사회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공식선언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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