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기관도 전혀 눈치 못채/모든 가능성 점검 토끼몰이식 「기획내사」/뇌물수수등 수표번호 거꾸로 추적 확인청와대 특명사정반의 내사결과는 그동안 특명사정활동이 얼마나 치밀하고 강도높은 것이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달 12일 발족한 이후 소리없이 암행활동을 펴온 특명사정반이 그 첫 결과로서 김상조 전경북지사를 낚아채자 공직사회는 물론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경악과 충격을 받고 있다.
김씨에 이어 김하경 전철도청장에 대한 형사조치 여부가 목전에 와있고,홍종문 수협중앙회장이 사회지도층인사의 첫 비리케이스로 등장함으로써 특명사정반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명사정반의 예리한 「사정의 칼날」은 정부 고위공직자 주요사정기관 관계자 여야정치인 사회지도층인사에 대해 계속적으로 메스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개월여,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지탄대상 인물은 환부를 도려내듯 제거당할 것이 확실하다.
○…특명사정반의 운영과 활동사항은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져 있다. 사정반의 정예요원 72명(당초 55명에서 증원)은 청와대 기존사정팀ㆍ감사원ㆍ치안본부ㆍ국무총리실 등에서 선발된 베테랑 수사요원이다. 이들은 사정반 발족직후 전원 백지사표를 제출해 보안유지와 소신복령의 서약을 했다. 사정요원은 전체 4개조로 편성되어 있는데,조장과 반장(김영일 사정비서관)에게만 보고채널을 갖고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특명사정반의 총지휘는 정구영 민정수석비서관이 맡고 있으나 실무팀과는 보고ㆍ명령하달의 라인에서 차단되어 있다.
노재봉비서실장등 청와대비서실의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특명사정반은 노태우대통령의 직접관장하에 있으며 오로지 노대통령에게만 보고채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특명사정반의 활동범위에는 제약이 없다. 제약이 없음에도 활동은 극도로 은밀하게 한다. 김 전경북지사의 경우 대구에 있는 여러 기존의 사정기관들이 특명사정반의 내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이다.
특명사정반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제도권 사정기관이 눈치챘더라면 김씨 내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을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처럼 극도의 보안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평소 제도권 사정기관의 인물내사 정보가 보고채널을 올라가면서 온갖 인연에 따라 가감첨삭되거나 왜곡돼 결국 상층부에서는 「기름도 안뜨는 멀건 쇠고기국」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특명사정반의 내사방법은 보통과 달리 철저한 「기획내사」이다. 기획내사란 특정 표적인물을 선정하거나 기존의 자료를 무시하는 특이한 방법이다. 공직자 비리유형의 모든 가능성을 설정한 뒤 이를 점검 확인해 나가면서 범위를 좁혀 종국에는 비리의 확증을 잡아내는 것이다.
부동산투기의 경우 투기가 빈번했던 지역에서 토지대장ㆍ등기부등본ㆍ국세청거래신고서 주민등록상황 등을 면밀하게 훑고,이중에서 단기간에 이뤄진 부동산거래ㆍ각종 허가규정 회피ㆍ위장전입ㆍ가등기ㆍ연소자매입 등 특이점을 찾아내 이를 추적,여기서 나온 자료를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공직자및 그 가족 일반인을 구분해 일일이 검증한다.
부당한 금품수수와 뇌물과 관련된 비리는 수표추적등의 방법을 쓴다. 고위공직자와 그 부인 가족명의의 은행거래를 모두 체크,수표번호를 거꾸로 추적해 「준 사람」을 확인해 내는 것이다. 50만원권이상의 수표는 발생시기와 상관없이 거래자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김 전경북지사와 홍 수협회장의 뇌물비리는 이같은 방법으로 꼬리가 잡혔다.
불로소득의 경우는 품이 많이 든다.
우선 체크대상은 평일의 골프장,근무시간의 호화 사우나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이며 형태별로는 별장소유자 외제차소유자 해외골프등 오호해외여행자등이 첫번째 대상이 된다.
사정반원 2인이 1조가 돼 지난 1개월간 평일의 골프장을 체크했는데 골프장에서조차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들중 한 사람은 녹음기를 휴대한 채 승용차를 몰고 한 사람은 골프장 주차장에 서있는 외제차나 관용차 고급승용차의 넘버를 입속으로 중얼거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혐의차량 번호는 녹음기에 자동수록되고 반복적으로 서울 근교 골프장을 몇차례 순회하면 혐의자의 출입빈번도와 동행자가 자연스럽게 파악된다는 것. 몇몇 공직자가 이같은 암행내사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소득과 납세실적을 확인해 탈세여부 재산취득과정 부동산 소유현황을 추적하면 투기와 불로소득의 전모가 밝혀지게 된다.
○…특명사정반의 고위관계자는 사정활동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육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 피로에 있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비록 비리관련자라 하더라도 남을 못되게 하는 것이라는 인간적 고뇌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어 『염라대왕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착잡함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여권내부와 정치권의 견제도 어려움중의 하나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부내 각종 회의참석으로 여권및 정치권인사들과 접촉이 잦은 정 민정수석비서관이 이들로부터 「무형의 압력」을 받았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때 특명사정반은 지휘부에서부터 다소 흔들리는 듯한 기미가 있었다.
특명사정반의 활동결과는 김 전경북지사의 예에서처럼 화려한 각광을 받는 경우가 있으나,소리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은행장 면직이 그 대표적 케이스이다.
○…특명사정반의 활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 청와대주변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 전경북지사의 구속으로 성역없는 내사의 발판을 마련한 데다 그간의 기초내사로 상당한 근거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안기부ㆍ검찰ㆍ감사원ㆍ경찰 등 정부 주요사정기관에 대해서도 「사정의 칼날」이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구태의연한 정치권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몇몇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심상찮은 조짐이다. 양보다 질을 앞세우는 일벌백계의 사정대상에 거물인사가 또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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