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관련 여신운용법률안」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재벌그룹 부동산규제때 마다 일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항변에 대해 명확한 법적 토대를 갖춰놓겠다는 답변인 셈이다.지금까지 정부는 재벌그룹의 부동산취득이나 문어발식 기업진출을 사전에 승인해주고 또 제한을 가할 때 은행빚이 1천5백억원이상인 계열기업군(재벌그룹)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여신관리규정을 그 근거로 해왔다.
은행빚이 많은만큼 땅을 새로사거나 신규기업에 투자를 할때 주거래은행의 승인을 거쳐야한다고 정해놓고 있는 이 금통위규정은 어디까지나 규정일뿐 법률은 아니었기때문에 법적정당성에 관해서 자주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특히 정부가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강제매각등을 발표한 「5ㆍ8대책」이후 이러한 논란은 법적소송을 통한 기업들의 반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되기도했다.
딱히 기업의 입장에서가 아니라도 건전한 경제회복을 위해 부동산투기바람을 잠재우겠다는 대의명분이 절대적으로 옳다고해서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들까지 마구 용인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런취지에서보면 이번 법률안마련은 정부의 5ㆍ8대책의 법제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법률안의 골자는 대체로 5가지.
핵심적인 내용은 ①그간 문제돼온 재벌그룹의 부동산취득과 기업투자를 법적으로 금융기관이 제한하거나 사전승인토록하고 ②이를 어긴 기업들에 대해 대출중단,연체금리적용등의 제재조치와 함께 해당부동산ㆍ출자지분을 강제처분토록 규정한 점이다.
이와 함께 ③법률안의 대상기업을 종전 여신관리규정상에는 은행빚만을 기준으로 선정했으나 이번에 단자 보험등을 포함하는 전체 금융기관 빚으로 확대해 정하기로 했으며 ④부동산담보수요를 줄이기 위해 신용대출을 적극 확대한다는 취지로,여신심사규정에 맞춘 신용대출이 문제가 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임직원의 면책을 법적으로 정해 놓았다. 또한 ⑤이 법률의 명령권은 재무부장관에게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내용의 이 법률안은 기업 부동산투기를 법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크게 보아 두가지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첫번째 반발은 취지야 감히 이의를 달지 못할정도로 좋다하더라도 이미 민간영리 기업이 돼있는 시중은행에 행정권을 위임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국내외적으로 금융자율화가 시급한 마당에 금융기관에 이런 부담을 지우는 것은 은행들을 준행정기관화시켜 관치금융으로 다시금 후퇴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행정력에 의해 투기를 잡으려면 마땅히 그 주체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국세청등 정부내 다른 부처가 돼야 한다고 금융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 대기업들과의 관계는 분명히 예금과 대출을 매개로한 「영리법인과 고객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관청인양 고객에게 규제를 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상적인 금융발전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는것. 이런 맥락에서 이번 법률안이 5공식 관치금융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라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반발은 이번 법률의 명령권자가 재무부장관이라는점. 이에 관한 문제제기는 한은법개정논란 당시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미 은행의 여수신 업무가 한은법이나 은행법상 금통위에 권한이 주어져 있는 상태에서 재무부장관이 여신업무의 일부를 떼어가는 것은 전체적인 여신업무의 이원화를 초래,부작용이 클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이는 한은법개정 논란당시 법개정은 유보하되 관행을 개선해 가기로 합의했던것에도 위배된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통위는 재무부가 이 법률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한데대해 21일 답신을 보내려다가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25일로 기일을 미뤘다.
이러한 금융계의 반발은 이 법률안이 부동산투기를 잡는데 별효력이 없을 것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부동산투기 억제효과는 분명하지만 그에 덩달아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지않으므로 이를 순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법률제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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