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장마는 바로 물난리를 뜻한다.올해에도 18일 밤부터 20일 하오까지 쏟아진 폭우로 서울 경기 및 영ㆍ호남지방에 물난리가 났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명가깝고,물에 잠긴 농경지가 3만3천여 헥타나 됐다.
과거 10년동안의 통계를 본다면 물난리로 한해 평균 3백21명이 죽고,1천3백억원의 피해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으로 친 피해일 뿐,세월이 갈수록 물난리가 났다하면 피해규모가 커가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인공시설의 규모가 커가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7월말 전남지방을 덮친 물난리에 정부가 복구비로 책정한 예산만 4천3백억원이었다.
게다가 올해엔 예년에 없는 큰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위 엘니뇨현상에다가 태양흑점활동이 급증하고 있어 태풍호우같은 자연재해가 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해 왔다. 지난 겨울의 강수량도 예년의 2배를 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장마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에는 예년보다 열흘쯤 앞질러 장마가 시작됐다. 또한 예년엔 7월말에 끝났지만 올해에는 8월초에야 끝날 것이라고 예보됐다. 적어도 열흘쯤 예년보다 긴 장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난리 걱정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이지만,올해의 경우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물난리 피해는 대부분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인재」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의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 뜻에서 해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때로는 1조원가까운 피해를 내는 물난리는 바로 우리의 수준을 말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시설과 그 관리가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징표다.
예년보다 빨리 온 장마,그리고 지난 겨울부터 전문가들이 일찍이 홍수경보를 울렸던 올해의 장마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관리조직과 시설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가동해서 후회없이 넘겨야 할 것이다.
물난리는 특히 대도시의 가난한 달동네나 농촌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엄청난 피해를 냈던 전남의 영산강유역에서는 미처 지난해의 피해복구가 끝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올해의 장마를 맞게 됐다. 일선 행정력을 당분간 방재에 최우선권을 주고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에서도 손가락꼽는 건설산업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 아직도 물난리 후진국의 부끄러운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상당한 장비와 자재가 골프장이나 레저시설 건설에 투입되고 있는 판에,한쪽에서는 허약한 둑과 축대를 걱정해야 되는 형편이다.
해마다 퍼붓는 복구비를 물을 다스리는 건설비로 투입할 수 있도록 행정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난리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거꾸로 해마다 북으로 올라오는 장마전선처럼 예측되는 재난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다는 것은 바로 정치와 행정에 그 책임이 있다.
관계당국은 정신을 바짝차려 둑과 하수도와 배수펌프를 살피고,축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물난리 후진국을 벗어날 근본대책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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