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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고립ㆍ내부동요극복 “고육책”/북,남북대화 재개제의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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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고립ㆍ내부동요극복 “고육책”/북,남북대화 재개제의 배경과 전망

입력
199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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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세급변 폐쇄한계 판단/선전에 비중… 「진전」에는 회의적/5개월만의 대좌자체 의의… 정부선 “실질대화로 유도”최근 남북대화에 거부의사를 밝혀온 북한이 20일 우리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 국회회담 준비접촉과 남북 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의 재개를 날짜까지 적시해 제의,그 배경과 향후 남북관계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북한이 전통문을 보내 한소 정상회담을 「사대행위」 「반민족분열행위」 등의 극렬한 표현으로 비난했던 점을 감안할 때 1주일만의 「돌변」은 더욱 주목되는 현상이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대화재개 제의의 이유를 『나라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려는 염원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립탈출방편」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대화재개 제의는 동구변화 한소 정상회담 한중접촉 등 최근의 동북아 정세변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탈냉전 탈이데올로기를 요구하는 국제환경이 더이상 북한으로 하여금 폐쇄ㆍ강경노선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외교자문격인 프리마코프가 19일 프라우다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대화를 촉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이나 등소평의 아들 등질방의 방한 사실등은 당국자의 소극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정세의 급변을 반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주변정세변화를 마냥 등한시하기에는 「외교적 고립」과 「내부동요」가 녹녹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기습제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한반도문제등에 있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추진하려는 미일과의 관계개선이 남북대화 재개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제의의 또다른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번 제의는 또 지난달 24일 발표된 김일성의 시정연설에 이은 후속조치의 성격도 있다. 북한은 김일성의 시정연설이 있으면,곧이어 각 단체의 지지성명이 나오고 그 이후에 구체적인 대남제의를 하는 관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김일성이 시정연설에서 「조국통일 5개 방침」을 밝히고,북한단체들의 성명이 있었으며 이에따른 후속조치가 예상됐었다.

이러한 북측의 일정이 한소 정상회담이라는 「충격적 사건」때문에 후속조치를 제때에 발표하지 못하는 등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풀이다.

북한은 대화재개를 대남 교란내지는 통일전선구축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일성 시정연설에서 발표된 「8ㆍ15 범민족대회개최」나 「남북한 단일의석으로의 UN가입」등이 우리 내부의 운동권등으로부터 일정한 반향력을 불러일으키고 명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화재개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제의가 이처럼 외교적 고립탈출,대남 통일전선전략 등 여러 배경에서 이루어졌지만 우리 정부는 일단 대화재개사실을 중시,이를 받아들일 방침이다. 이에따라 지난 2월8일 9차 남북체육회담후 북한측이 팀스피리트 훈련중지등을 핑계로 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대화가 재개되게됐다.

그러나 대화재개가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북한은 전화통지문에서 한소 정상회담을 「사대주의적ㆍ분열주의적인 반민족 행위」등으로 여전히 비난하면서 우리측에 「반성과 책임을 추궁하겠음」을 거듭 밝히고 있어 선전공세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남북 국회회담 준비접촉등이 우리측의 팀스피리트훈련때문에 결렬됐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어 북한의 자세에는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회담날짜가 적시된 통지문이 보름전에 우리측에 전달하도록 하는 관례를 무시한 점이나 2사람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는 결례를 서슴지않는 점등도 북한이 대화재개의 실속보다는 대외적 선전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회의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단 대화재개 제의를 받아들여 남북문제를 당사자간 논의의 장에 올려놓으려는 방침이다.

현재 예상하기로는 예비회담등에서 북한측이 한소 정상회담을 「사대주의의 외교」등으로 매도하면서 회담장을 선전장화할 것은 분명하나 정부는 대화재개 그 자체가 남북 관계진전에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우리와의 경제교류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실상에 어느 정도 접근해 있기 때문에 우리측은 북한측의 선전공세가 과거처럼 대외적인 영향력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대화재개를 통해 우리의 북방외교를 격하선전함으로써 북한내부의 「동요방지」에는 나름대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이와관련,『북한이 대화재개를 선전공세에 이용할 것은 분명하나 우리는 그들이 나름대로 실질적인 대화에 자신있게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는 차원에서 인내력을 갖고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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