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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과 축대/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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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과 축대/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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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접근 분위기속에서 일본의 가이후총리가 15일 국회에서 행한 대북한관계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그의 발언은 북한정부인정,북한과의 무조건 접촉 그리고 대북사죄용의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과는 별도의 정권이 북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말도 곁들여 북한정부를 공식 인정한 대목은 일본총리로선 처음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문제삼을게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미 7ㆍ4남북성명을 통해 71년부터 북한을 인정하기 시작,73년의 6ㆍ23외교선언,그리고 88년의 7ㆍ7선언으로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대내외적으로 추구해왔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까지 수없이 제의해가면서 우리가 인정하고 있는 북한을 제3자나 제3국보고 인정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발언이 또 『한국은 유엔결의에 명시된대로 한반도에 있어 유일 합법정부』라는 한ㆍ일기본조약(3조)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비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그러나 한ㆍ일 기본조약에서 인용한 유엔총회결의안 제195(Ⅲ)는 「유엔임시위원단의 참관하에 자유총선이 실시될 수 있었던 그 지역에서의 유일합법정부」이기 때문에 임시위원단이 들어가지 못했던 북한지역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대북사죄역시 일본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이상 북한에 대해서도 사죄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한 관계에서…」라는 표현이 사죄자체보다 대화창구개설의 기회를 더욱 중요하게 엿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문제는 대북관계개선에 지나치게 적극공세를 취한 나머지 나온 「무조건」관계개선용의 발언이다.

북한은 일본의 우방인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는 목표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테러리스트국가로 낙인찍혀있고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한 우방과 북한간의 관계개선은 반대한다고 외무부는 재빨리 쐐기를 박았다. 이러한 제동은 북한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준다는 면에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다만 곁들여 생각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무력적화통일노선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개방촉구인가 아니면 북한에 개혁과 개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적화통일노선 포기인가하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지탄받고 있는 태도와 노선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개방은 저절로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 두가지 문제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가이후총리발언에 대한 외무부의 대응은 고립을 위한 개방인지,개방을 위한 고립인지,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논리적인 추궁에 앞서 한ㆍ소관계의 급진전분위기를 틈타 일본이 너무 성급하게 대북수교를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정치적 경고로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이 일본의 일방적 추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과 아울러 북한은 최근 동남아에서 우리의 가장 오랜 우방인 필리핀에 대해 공공연히 수교를 제의하고 나선 것이 시선을 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의기양양하게 추진해온 북방외교의 부작용을 실제 피부로 느끼게 된다. 해빙에 무너지는 축대가 혹시 없나 잘살펴서 미리 대책을 세워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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