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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빨라진 동구 지도자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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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빨라진 동구 지도자들(세계의 창)

입력
1990.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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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에서 일약 대통령으로/하벨 대통령직 계속유지/드메지에르 연정지속 관심/안탈 탈소중립화에 박차/일리에스쿠 개혁발판 마련/과거 공산통치하 민주화 공통점… 지도력 시험대 올라자유총선의 결과로 동구지도자들의 면모는 완전하게 일신됐다.

동구 각국은 지난해 개혁의 여파로 공산화이후 수십년간 집권해온 보수파 지도부가 차례로 붕괴된후 개혁파 공산당 지도자가 야당세력과 합의를 통해 정국을 운영하는 과도정부 형태를 취해왔다.

그러나 자유총선이 실시됨에 따라 각국은 2차대전이후 처음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 민선정부를 갖게 됐다.

새로운 민선정부 지도자들은 대부분 과거 공산통치하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지식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것이 큰 특징이다.

이같은 변화는 불과 몇달사이에 정치범에서 일약 대통령으로 기적적인 변신을 한 바츨라프ㆍ하벨 체코대통령의 예가 극명히 대변하고 있다.

물론 유명한 극작가이기도 한 하벨은 지난해 12월말 과도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이번 총선에서 체코시민포럼이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하벨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벨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새정부가 출범할때까지만 대통령직을 맡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했지만 절대적 여론이 그의 재선을 바라고 있어 민선정부 출범후에도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벨대통령은 총선이 끝난뒤 공산당출신인 마리안ㆍ찰파 현 총리를 민선정부총리로 재지명,벨벳혁명이라고 불리는 체코개혁의 화해와 타협정신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슬로바키아공화국출신인 찰파총리는 지난 1월 공산당을 탈퇴한뒤 이번 총선에서 시민포럼의 슬로바키아 자매정당인 반폭력시민모임의 후보로 출마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헝가리민주포럼의 당수로 새 민선정부 총리가 된 요세프ㆍ안탈 헝가리총리 역시 56년 반소봉기를 주도했던 전형적 반체제인사였다.

헝가리 민족주의를 주창해온 안탈총리는 지난 5월 연립내각을 출범시킨후 소련군철수와 바르샤바기구 탈퇴등 중립화를 지향하는 과감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독 민선정부의 최초이며 마지막 총리로 불리는 로타르ㆍ드메지에르동독총리는 콜서독총리와 더불어 독일통일의 주역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명한 비올라연주자이며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던 드메지에르총리는 불과 4개월동안의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우파연합인 독일동맹이 총선에서 48.15%의 압승을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드메지에르총리는 통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콜서독총리의 그늘에 가려 콜의 대리인이란 냉소적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드메지에르총리는 동독 사민당과 대연정을 성공시켰지만 통일의 속도와 방법을 둘러싼 첨예한 이견대립으로 연정의 지속여부가 관심을 끈다.

불가리아 총선에서 구공산당인 사회당이 승리함에따라 믈라데노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총선이후에도 계속 권력을 잡게된 유일한 동구 공산당 지도자가 됐다.

지난해 11월 개혁파 공산당원의 반란으로 지프코프서기장을 몰아내고 집권한 믈라데노프대통령은 신속한 개혁정책을 실시하고 은밀히 야당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믈라데노프대통령과 루카노프총리는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아직도 국민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우셰스쿠독재정권을 붕괴시킨 민중혁명으로 집권한 이온ㆍ일리에스쿠 루마니아대통령은 그동안 끊임없는 정통성 시비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85%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음으로써 확고한 집권발판을 굳혔다.

그러나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세력과 대학생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과격시위를 벌이던 끝에 유혈사태까지 빚어 그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리에스쿠대통령의 경우가 보여주듯 새로운 동구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수십년 공산통치로 경직되고 피폐화된 체제전반을 개혁해야하는 무거운 짐을지고 있어 그들의 지도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을 받는 셈이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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