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측근 일방해임… “전제군주 행동”비난/대권의지 재표명에 정부와도 계속 마찰동구의 탈공산화를 선도하고 폴란드에 최초의 비공산정부를 등장케한 자유노조지도자 레흐ㆍ바웬사가 최근 안팎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려있다.
바웬사는 이달초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자유노조 핵심 지도자를 일방적으로 해임,그가 점차 독재자로 변해간다는 비난을 받았다.
바웬사를 둘러싼 이같은 불화는 바웬사가 최근 대통령출마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바웬사는 지난 4월 처음 대권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이를 위해 오는 93ㆍ95년으로 예정된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올가을로 앞당길 것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의 대통령출마가 가까스로 이룩한 폴란드의 취약한 정치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되자 말을 번복하기도 했으나 지난 5월말 자유노조 전국대회에서 다시 대권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바웬사는 6월초 그의 대통령출마에 반대하는 자유노조산하 핵심조직인 시민위원회간사 헨리크ㆍ우제크를 전격해임했다.
이 사건직후 자유노조 기관지 가제타 비보르차지는 『바웬사는 폴란드를 통합시켰지만 이제는 분열시키고 있다』며 『그가 우제크를 해임한 것은 전제군주와 같은 행동』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보도직후 바웬사는 가제타지 편집인이며 자유노조이론가인 아담ㆍ미츠니크에게 전문을 보내 편집인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했다. 한때 바웬사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며 친구였던 미츠니크는 지난해초 바로 바웬사에 의해 가제타지 편집인으로 임명됐었다.
미츠니크는 사임요구에 맞서 바웬사에게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산당후에 들어선 제국의 황제처럼 폴란드를 다스리지 말라』고 냉소적 경고를 했다.
바웬사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7월 자유총선으로 탄생한 마조비에츠키정부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바웬사는 마조비에츠키 정부가 공산당의 유산을 청산하는 개혁작업을 방치하고 있으며 지난 1월 시행된 급진적 시장경제 개혁조치가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경제개혁 조치로 폴란드는 최근 극심한 인플레를 잡고 재정적자폭을 줄이는등 경제회복에 대체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물가폭등과 실업률증가로 노동자층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바웬사는 정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자 최근 노동자의 이름으로 마조비에츠키 정부에 대한 「강도높은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바웬사의 비판자들은 그가 마조비에츠키정부 출범이후 폴란드 변혁의 주역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불만을 품고 그 지위를 다시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바웬사는 과거의 막강했던 영향력을 점차 잃어 가면서 그다니스크조선소에서 정치인도 아니고 노조운동가도 아닌 어정쩡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바웬사는 지난해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90%이상의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70%정도로 마조비에츠키총리보다 지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자유노조 내분의 실제 내막은 자유노조의 양대 지주인 노동자그룹과 지식인그룹 사이의 갈등이다.
지난 80년 그다니스크에서 탄생한 자유노조는 노동자가 주축을 이루었지만 많은 반체제 지식인이 합류함으로써 공산정권에 대항,효율적인 투쟁을 벌여 결국 정권까지 인수할 수 있었다.
현재 폴란드 정치ㆍ경제를 주도하는 세력은 바로 자유노조 출신의 지식인ㆍ사업가계층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유시장경제 도입과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출신인 바웬사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한 이같은 정책에 반대할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갈등이 내분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국을 주도하는 자유노조출신 지식인그룹은 이제 정부정책을 비난만하는 바웬사가 거추장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처럼 바웬사의 절대적권위는 새로운 환경속에서 점차 퇴색해가는게 사실이지만 그의 영향력만은 아직도 건재하다.
바웬사는 지난 5월 마조비에츠키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대규모의 파업사태였던 철도노동자파업을 쉽게 잠재웠다. 또 지난 5월말 열린 자유노조 2차전국대회에서 바웬사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위원장직에 재선된 바 있다.
바웬사의 정치운명은 늦어도 내년중에는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선거 과정을 통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동구민주화의 우상이었던 레흐ㆍ바웬사. 그는 민주화이후 더욱 어려워진 자신의 입지에 대해 최근 다음과 같은 불평을 했다.
『노동자들은 나를 노동자로 생각지 않고 정치인들은 나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는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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