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우선에 치우친 듯했던 이승윤경제팀이 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자리에서 묶기로 방향을 돌렸다고 들린다. 이러한 방향설정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2∼13%로 전망한다는 보고를 발표한 후 이부총리가 밝힌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수단을 어떻게 동원해서 한자리수로 물가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부총리는 그동안 내수소비및 건설투자에 의존한 고도성장이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제아래 하반기 경제정책은 종래의 대응적ㆍ규제적 정책운용위주에서 장래지향적,조장적 정책으로 수정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지만 그러한 원칙론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발표된 바 있는 터이고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총론아닌 각론의 자세한 실천방안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택건설과 대도시교통난해소,서민들의 주거환경개선 등 이미 국민앞에 공약한 여러 사업들 때문에 정부의 정책자금지원은 별반 축소의 여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를 통한 긴축강화와 올들어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는 통화증가율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방출단계에 와있는 추경예산 2조원 남짓을 어떤 방법으로 축소할 것이며,증권시장침체와 맞물려 있는 통화안정채권발행 문제를 어떻게 처리함으로써 통화를 적절히 관리할 것인지 우리로서는 이부총리의 공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안가질 수가 없다.
통화당국은 지금까지도 기회있을 때마다 긴축의 고삐를 죄겠다고 말했고,총통화증가율을 18%선에서 억제할 자신이 있는 것처럼 강조해 왔지만 올들어 총통화증가율은 계속 22%선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5월만 하더라도 전년동기비 23%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정부가 용을 쓰더라도 분기별 통화억제목표선을 지키기가 이미 어렵게 되어 있고 앞으로 얼마간은 월중 증가율을 21%이하로 떨러뜨리기가 불가능할 것 같이 보이는데 늘어나는 총통화를 다스리지 못하면서 무슨수로 물가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부의 장담이 아쉽고 민망스럽기만 하다.
정책자금의 증액으로 통화관리에 지장이 있게 되면 경제정책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팀은 의당 정치권의 선심정책을 거부하고 그들의 압력을 배제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8%이상이 늘어난 올해의 팽창예산에다가 2조원이 넘는 추경까지 집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경제팀의 속계산을 우리로서는 헤아리기 힘들다고 하겠다.
이부총리는 『안정없는 성장이나 성장없는 안정은 모두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상적인 여건아래에서는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삐풀린 물가로 안정기조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황아래서는 그말이 너무 한가한 원칙론같이 들린다. 안정없는 성장은 당연히 경계해야 되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기약하기 위해 일단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장정책은 재고하는 것이 오히려 「성장있는 안정」을 기약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되리라고 믿어진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줄여 정부부문에서의 재정긴축부터 서두르는 것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첩경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리고 통화긴축은 하되 돈의 왜곡된 흐름을 잡아 줌으로써 긴축이 곧 중소기업 자금난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탄력성있는 통화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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