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집권 「구국전선」의 배후실력자로 알려져있는 실비우ㆍ브루칸박사가 북한내부에 노동당중앙위원과 언론계중진 등이 포함된 반체제세력이 있다고 밝힌 것은 기대감과 함께 착잡함을 불러 일으킨다.기대감은 물론 주체사상으로 똘똘뭉쳐 김일성의 사후에나 변화가 가능할 것같이 보였던 북한에 반체제 세력이,그것도 권력핵심부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옹골차게 개혁ㆍ개방을 거부해온 북한도 수구적 지도부교체를 통해 「위로부터의 개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소련이 북한에 대해 동독방식을 채택할지도 모른다』는 한 홍콩신문의 보도를 오버랩시켜 보면 소련이 마침내 북한에 대해 「설득」을 포기하고 「외압과 내응방식」에 의한 김일성정권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소련은 이런 방식으로 동구권국가중 가장 보수적이었던 동독과 불가리아를 변혁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부르칸의 설명대로라면 북한의 반체제 인사들은 동독이나 불가리아 방식보다는 루마니아방식을 쫓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일성에 대한 공개성명 등의 방법은 차우셰스쿠 정권붕괴 6개월전에 브루칸 등이 취한 방식과 너무나 흡사하다. 루마니아 구국전선은 12월 민중봉기이후 자생적으로 구성된 단체가 아니라 민중봉기 훨씬전부터 반소적인 차우셰스쿠정권 전복을 위해 소련의 지원하에 결성된 「기성지하단체」라는 의혹을 받고있다.
브루칸이 전하는 북한의 반체제조직은 북한판 구국전선은 아닐까.
「민중봉기가 발생하고,유혈사태끝에 소련과 연결된 반체제세력의 지휘아래 군일부가 반기를 든다. 결국 치열한 내전끝에 김일성은 처형된다」이 시나리오는 통쾌할지 몰라도 이런 변혁이 남북관계에,또 북한주민에 결과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루마니아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브루칸이 몸담고 있는 구국전선은 루마니아 전체 민중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던 끝에 13일에는 마침내 유혈사태마저 초래했다.
브루칸이 전하는 북한소식에서 반체제인사가 존재한다는 「반가움」보다도 북한이 결국 루마니아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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