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상오10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전 국회의장 정래혁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의 2차 변론청취가 진행됐다. 5공시절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혀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야 했던 정씨는 지난해 2월 「국가공권력에 의한 재산권침해에 관한 헌법소원」을 냈었다.『양심에 따라 거짓과 보탬이 없이 진술하겠다』고 선서한뒤 변론석에 앉은 정씨는 『정부와 민정당이 문형태씨의 투서를 이용,온갖 협박을 해 재산을 강제헌납케 했다』고 진술을 시작했다.
정씨는 『축재나 증식과정에서 한치의 불법도 저지른 일이 없는데 도덕적기반이 약한 5공정부가 나에게 표적을 맞춰 집없는 사람들의 설움을 삭여주려했다』고 주장한뒤 『한때 육사교장으로서 생도들에게 청렴결백을 역설했던 내가 명예를 잃고 사는 것은 죽은것과 다름없다』고 「생부여사」 론을 폈다.
정씨는 또 재무부측 변호인이 당시 1백6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모은 경위에 초점을 맞춰 신문하자 『내가 무슨 도적놈이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20여년 공직생활중 푼푼이 모은 재산이 어째서 부정축재야』하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맞섰다.
『월급만으로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씨는 『60ㆍ70년대엔 대부분의 공무원이 땅투기를 했는데 나만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변호사는 한번도 투기해본 일이 없느냐』고 반문해 방청객들을 실소하게 했다.
변호인신문이 끝난뒤 『출처가 정당한 돈이라면 투기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 하느냐』고 헌법재판관이 보충신문했을때 정씨는 머뭇거리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마지막으로 『재산에 대한 미련은 없으며 억울하게 뺏긴 재산을 되찾아 사회에 환원하려 한다』는 말도 했다. 「별들의 투서전쟁」으로 발단된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1차변론이 열린지 9개월만에 2차변론이 속개됐을만큼 헌법소원처리도 지지부진하다. 헌법재판소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수 없지만 이날 방청객들의 관심은 부도덕한 정권과 그 정권에 의해 부정축재자가 된 정씨와의 도덕성시비에 쏠려 있었다.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어느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기 때문이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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