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남북 정상회담ㆍ대화거부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남북 정상회담ㆍ대화거부 배경

입력
1990.06.14 00:00
0 0

◎「북방」 위기감… 한­소ㆍ중 접근 견제/긴장고조로 내적 동요 막을 속셈/소 개방압력 대비 「시간벌기」 인듯/우리측 중국과의 접근속도가 대화재개 관건북한은 13일 우리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일체의 남북대화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힘으로써 한소 정상회담에서 받은 충격을 당분간 기존의 폐쇄정책으로 대처해나갈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북한이 이날 전통문에서 한소 정상회담을 「사대행위」 「반민족적 분열행위」 등의 극력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한소 정상회담의 충격이 우리측의 예상보다 휠씬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특히 노태우대통령을 「귀측 당국자」라고 의도적으로 격하하는 표현으로 지칭,한소 정상회담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대화거부 입장은 한소 정상회담이후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일성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기된 「조국통일 5개 방침」에 따라 남북회담 대표단이 대화재개를 강조하는 성명을 내는등 후속조치를 취해왔으나 구체적 대남제의를 해올 단계에서 예상밖으로 전면 대화거부를 표명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소 정상회담으로 일단 외교적 고립감과 함께 남북 통일문제에서의 주도권 상실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소 관계개선에 이은 한중 접근과 내부적인 동요가능성 등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단 한소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소련에 대한 항의표시와 함께 우리측의 북방정책이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날 전통문에서 한소 정상회담을 「반대화 반통일행위」로 규정하고 통일문제는 민족내부 문제이므로 민족주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처럼 우리의 북방정책에 강한 반발을 표시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한소 국교수립과 9월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 한중 관계개선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화거부라는 강경ㆍ폐쇄노선을 선택한 것은 한소 정상회담 등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가 내부적인 동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과 김일성 부자의 권력승계문제 등 기본적인 난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동구의 개방ㆍ개혁바람과 함께 한소접근이 현실로 나타나자 북한은 내부적인 동요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은 동구유학생의 잇단 탈출 등 체제일각에서 누수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내의 일부 지식층,유학파 등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대내동요를 불식하고 최고목표인 체제유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대남 강경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즉 「남측이 북방정책을 통해 민족분열을 꾀하고 북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켜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계산된 의도일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와함께 이번 대화거부 의사표시를 통해 우리측의 반정부세력에 대해 한소 정상회담의 성과를 희석시키는 한편 「단일의석 유엔공동가입」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투쟁목표로 제시하려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측이 이처럼 극렬한 거부반응을 나타낸 이상 향후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우리측의 북방 외교비판과 대화거부자세는 대내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지는 몰라도 중소등 대외적으로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개방ㆍ개혁의 국제적 조류를 역류할 수 없는 데다,우리측의 북방정책자체가 우회적으로 북한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련이 동북아평화라는 거대한 전략적 구도하에서 북한에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탈냉전을 요구하는 국제적 환경이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경우 북한은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북한의 폐쇄ㆍ강경노선은 미 일과의 관계개선과 내부체제정비를 위한 「시간벌기」에 그칠 뿐이며,장기적으로는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정부당국자는 『북한이 다시 대화로 나오는 시기는 한중관계의 개선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측은 남북간의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계속적으로 대화재개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