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총리,총체적난국 규정 1주못돼 “경제위기 아니다”/“1년간 재조정없다”던 아파트분양가 6개월만에 인상/기획원 채권입찰제확대 시사로 평촌ㆍ산본청약 “대인파”새경제팀이 들어선뒤에도 주요경제정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잃은채 식언과 번복을 되풀이,우왕좌왕하는 혼란이 계속돼 국민들을 불안케하고 있다.
이승윤 경제팀의 핵심경제부처 당국자들과 관련고위관리들은 복선이 깔린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할만큼 실언을 잇따라해 국민들이 당국의 태도나 정책방향을 믿기 어렵게하고 외국에서까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또 국민생활과 직결된 주요사안을 놓고 관계부처간 견해차가 공개적으로 표출돼 『이러다간 정책은 없고 말장난과 입씨름만 남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할 정도다.
○…정책이 우왕좌왕하면서 엉뚱하게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평촌ㆍ산본신도시아파트 분양.
기획원과 재무부 일각에서 채권입찰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자 분양신청첫날부터 수도권의 주택은행은 온종일 청약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채권입찰이 적용되지 않는 전용면적 25.7∼40.8평형 아파트를 서둘러 사두려고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같는 소동은 주무부처인 건설부가 지난 9일 『채권확대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데이어 11일 경제차관회의에서 이를 재확인함에 따라 12일에는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정책번복을 너무쉽게하는 당국의 말에 국민들은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번 북새통이 평촌ㆍ산본아파트를 분양촉진하려는 「고도의 전략」탓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열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채권입찰확대설을 흘릴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관련 공무원들이 아직도 주택가격안정이란 국가적 최우선 경제과제에 관심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국민주택기금조성을 위해 채권입찰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발상은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면서 식언을 거듭하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관련 정책들을 훑어보면 정부가 투기를 잠재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 이경제팀은 사실상 사유재산권을 일부 제한할 정도인 「5ㆍ8」대책등 두차례의 극약처방을 써 가까스로 부동산가격의 고삐를 쥐는듯했으나 일부관리들과 정치권일각에서 흘러나온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설이 기존아파트값을 다시 들먹거리게 했다. 당국이 한사코 자율화방침을 부인했으나 곧이어 분양가현실화(10%인상)가 이어지자 국민들은 『자율화니 현실화니 하며 말장난하지만 그게 모두 값올리는 수법』이 아니냐는 반응.
여기에 덧붙여 채권상한액도 평당 20만원씩 인상됐으니 이번 신도시아파트 청약에서 나타난 소동은 이미 예정된 수순.
지난해 11월 원가연동제란 제도를 채택,분양가를 20∼30% 올리면서 『적어도 1년간 재조정은 없다』던 정부의 약속은 한마디 설명도 없이 식언이 되고 말았다.
또 건설부는 지난달 그린벨트내에 개인체육시설 설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엉거주춤하고 있다.
가장 엄정ㆍ신중히 처리돼야할 경제정책이 몇몇 정책당국자의 섣부른 판단때문에 마치 정치인들의 「공약」꼴이 돼버린 것이다.
○…정책의 번복ㆍ취소는 그렇다치더라도 이승윤 경제팀내 주요 각료들의 잇단 실언은 더욱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이승윤부총리만해도 지난 5월1일 고위당정회의서 현경제국면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는등 부산을 떨더니 불과 1주일을 못가 『경제는 위기가 아니다』로 말을 바꿨다. 이에 앞서 이부총리는 지난 4월말 경주에서 『토지공개념관련 3개법안이 너무 졸속입법돼 장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이 발언이 가져올 파문을 깨닫고 『종토세개정차원의 재검토는 결코 아니다』고 딱 잡아떼기도 했다.
재정ㆍ금융정책의 당국자인 정영의 재무장관은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던 4월말 「증시가 나쁠이유가 없어 증시부양 필요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비쳤다가 바로 그날 종합주가지수를 28.49포인트나 폭락시켰다. 당시 경제전문가들은 『재무당국자가 증시나 금리에 대해 명백한 정책방향을 암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박필수 상공장관의 경우는 소관사항도 아닌 환율을 8∼9%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가 기획원ㆍ재무부 등 국내 정부부처는 물론 미ㆍEC(유럽공동체)등 주요 교역국관계자들까지 사실확인에 나서는 해프닝을 불렀다.
박장관이 그린벨트와 녹지를 혼동,그린벨트 일부해제 운운했던 일은 『몰라서 그랬거니…』라는 동정을 얻고는 있다.
○…경제관료들의 이러한 실언은 국내외에 걸쳐 정책신뢰도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다.
지난 5월7일 노태우대통령은 긴급시국담화를 통해 『정책일관성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못하고 국민은 정부의 안정의지조차 믿으려 않고 있다』고 개탄,난국극복에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었다.
그러나 유달리 정치인출신이 많아서 인지 이경제팀 멤버들은 입바른 실언이 너무 잦은 것같다. 학자출신이 많아 세미나로 정책이 겉돈다고 비난받던 조순 경제팀과 비교해 볼때 어쩌면 이승윤팀은 경제를 정치와 혼동,「말만 잘하면 국민을 믿게할 수 있는」일로 여길까 걱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정숭호ㆍ유석기기자>정숭호ㆍ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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