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 피폭 부모ㆍ두자녀 잃어/다섯 자녀는 후유증… 평생 시달려11일 낮12시5분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대사관 정문앞에서 원폭피해자 이맹희씨(65ㆍ여ㆍ서울 구로구 독산본동 987의4)가 일본정부의 원폭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인근 한국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대사관을 경비중이던 박호식의경(19)에 의하면 이씨는 낮12시께 일본대사관 앞에서 『원폭피해 보상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호소문 등 유인물 50여장을 행인들에게 배포한뒤 웃옷속에서 박카스병 크기의 농약을 꺼내마시고 쓰러졌다.
이씨는 이에앞서 원폭피해자협회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다』며 『오늘은 가야할 날인것 같다』고 고별인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출생직후 징용으로 끌려간 부모를 따라 일본에 건너가 그곳에서 한국남자와 결혼했는데 20세때인 45년8월 히로시마의 친정집에서 원폭에 피폭,친정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이씨 자신은 가슴언저리에 화상을 입었을뿐 별다른 피해가 없었으나 고향 마산으로 귀향한뒤 피폭전ㆍ후에 출산한 7남매 가운데 2명은 출생직후 사망하고 4명은 피부에 종기가 나고 머리털이 자라지 않는 원폭후유증에 시달리다가 가출해 버렸으며 막내딸(23)은 정신질환자가 돼 버렸다.
이씨는 자녀들의 치료비를 대느라 한동안 경영하던 포목점과 집을 처분하고 10년전 남편과 사별한뒤 보사부 등에 탄원서를 냈으나 별다른 지원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셋방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 3월4일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4가 모여인숙에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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