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개정 논의 갈등속 “유보”/개혁위 설치등 변신노력 눈길한국은행이 12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한은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것을 기념해 이날 상오 기념식을 갖고 하오엔 역대총재와 금융통화운영위원,정부각료등 각계인사 1천여명을 초청해 리셉션을 개최하는 외에 40년사 발간,화폐전시실과 사료실 개관,미국 서독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 초청 국제심포지엄개최등 다양한 기념사업과 행사를 준비해놓고 있다.
창립 40주년을 맞으면서 6ㆍ25전쟁이 터지기 2주일 전에 문을 연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틀도 어느정도 짜임새 있게 잡혀진 셈. 규모면에서 창립 당시 4부2국1실에서 국내 6개 지점ㆍ해외1개 사무소 등의 조직으로 임원 6명 직원 1천1백22명이 근무했으나 이제는 17부3실11국에 국내지점 및 사무소 27개ㆍ해외사무소 8개 등의 조직에 임원 13명 직원 4천84명으로 불어난 40년사이에 4배가 더 커졌다.
각종 복잡한 통계작업과 기능면에서도 40년간 축적돼 온 통계의 노하우와 경험,최근들어 진행되고 있는 전산화등으로 국내에서는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 40년사가 다른 한편으로는 창립때의 「정치적 중립성」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온 세월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형편이며 아직도 이 문제는 미완인채로 남아 「피할 수 없으나 좀체 쉽게 해결할 수도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한은의 위상을 법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는 한은법은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바뀌었다. 이러한 법개정은 한은의 발전을 시대추세로 맞추기 위한 내부적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정치권력의 향배에 따라 그 구미에 맞게 한은의 위상이 그때그때마다 다시 짜여진 것이었다.
한은이 맨처음 출범할때는 통화신용정책이나 인사등 여러가지면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보장돼 있었다. 이러한 보장은 5ㆍ16혁명이 후 금융제도를 정부통제아래 두려는 군사정부에 의해 62년 5월24일 와해됐으며 그뒤부터는 이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채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사람들은 한은법에 관한한 원초로 돌아가려는 강한 회귀성향을 갖고 있다.
한은의 정치적 중립성은 오로지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제도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있던 시기이든 아니든간에 한은총재들은 강한 정치풍에 휘말려 초대 구용서총재에서 현재의 17대 김건총재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임기를 채운 사람은 2대 김유택총재,9대 김세연총재,11대 김성환총재등 3명뿐이었다.
한은의 정치적 중립성문제는 지난 87년 대통령 선거바람을 타고 한차례 크게 부각됐었다. 경제민주화ㆍ자율화 추세와 아울러 성숙돼 가는 경제체제에 맞도록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게 각 대통령후보들의 공통된 선거공약이었으며 이에 따라 한은독립보장 논의는 6공화국들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재무부와 한은간의 심각한 갈등양상으로 전개되다가 지난해 11월 「한은법 개정이 현 시점에서 국민경제에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금통위원들의 중재에 따라 유보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2년간에 걸친 한은법논의는 아무런 성과없이 오히려 쓰라린 상처만을 한은에 남겨놓은 모양이 됐다.
한은내에서는 또한 기본업무인 통화관리 면에서 관리대상이 아닌 제2금융권이 갈수록 비대해짐에 따라 시중전체 유동성의 21%가량만이 통화관리를 받고 있어 통화관리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대해 커다란 우려를 표시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이와 관련해 한은의 영역이 갈수록 왜소화되는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은이 내부적으로 경영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세부적인 개혁방안 마련에 나서는가 하면 제2금융권의 지급준비금 예치 의무화를 추진하는등 변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조사부의 기능도 갈수록 확대돼 지속적인 연구ㆍ보고 활동을 통해 통화가치의 안정이 경제에 제1차적으로 중요하며 성장을 우선한다는 명목으로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실증적ㆍ이론적으로 논증해내 정부정책 당국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한은의 창립당시와 현재의 경제지표를 비교해보면 1인당 국민소득은 53년 67달러에서 89년 4천9백68달러로 화폐발행고는 50년말 2억원(현재 화폐단위로 환산)에서 89년말 6조7천9백3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변화에 걸맞는 한은의 지속적인 발전적 변신이 요구되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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