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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경제」가 되살아 난다(특파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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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경제」가 되살아 난다(특파원24시)

입력
1990.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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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잡고 재정 흑자/생필품부족 풀리고 노천시장도 활기/실업자급증ㆍ외채 4백20억불 골머리폴란드와 알바니아는 같은 동구국가이면서도 극단적인 대조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동구민주화개혁의 선구자이자 시장경제체제전환의 시험대가 돼있는 반면 알바니아는 최근에야 개방과 개혁의 막차에 막 올라타려는 중이다.【파리=김영환특파원】

폴란드경제는 도약할 수 있는가. 「폴란드의 명예회복」을 내걸고 동구국가중 가장 급진적인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폴란드는 최근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무역수지와 재정이 흑자를 기록,피폐됐던 경제가 점차 회복될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동구 민주화개혁의 선구자답게 지난해 8월1일 동구최초로 가격자율화조치를 실시하는등 중앙통제경제로부터 탈피에 앞장섰었다.

그 결과 폴란드경제는 소련의 경제개혁이 「폴란드모델」을 상당부분목표로 할 정도로 동구뿐 아니라 서방측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2천%였던 인플레가 지난 1월에는 78%로 떨어지더니 5월엔 0.5%에 그쳤다.

다른 동구화폐와는 달리 폴란드의 글로리화는 이제 동구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계획경제의 기둥이었던 국고보조도 89년의 39%에서 10%로 감소했다.

폴란드 경제의 회생기미는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물자부족사태 해결에서 엿보이고 있다.

물가를 안정시킨 것은 분배의 독점이 깨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르샤바에는 최근들어 노천시장이 많이 생겨났다. 중고차를 몰고 농촌에서 모아온 계란을 파는 사람,직접 생산한 소와 돼지고기를 파는 농민,베를린이나 빈에서 구입해온 과일이나 커피 초콜릿 오렌지주스 등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시장엔 각종 생필품이 가득하다.

물론 이러한 물자가 풍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물자빈곤상태는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자본주의 병폐의 뿌리」라는 실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3천8백여만명 인구중 올해초 15만명선이던 실업자는 최근에 45만명으로 늘었으며,연말에는 1백80만명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급 인력소화문제. 올해 40만명의 대졸자중 10만명은 학업을 계속하고 15만명은 직업을 구할 것이나 나머지 15만명은 갈곳없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

물론 이같은 실업은 경제구조개편에서 오는 필연적 현상으로,경제전체의 효율성이란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전제품과 군용전자제품 생산업체인 카스프르자크사는 간부 50%를 포함,전체인원을 20%나 줄였지만 생산감소는 14%에 그쳤다. 때문에 기업들은 처음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었고 금융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물가는 일단 고삐가 잡혔다고는 하지만 구매력은 오히려 넉달사이에 40%가 줄었다.

현재 폴란드 국민들은 소련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저축하거나 집안에 쌓아두었던 약70억달러로 살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맺어진 정부와 국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경제개혁과정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더 참고 버텨주느냐 하는 점이다. 『어떤 공산정권도 이러한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평상시 같으면 폴란드국민들이 벌써 거리에 나섰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례로 바르샤바대 언어학교수인 보이체크의 월급은 65만글로리(약5만원)에 불과해 처가집의 신세를 지고 있다.

당연히 그는 휴가때면 다른 사람들처럼 외국에 나가 일해 결손을 보충하고 있다.

폴란드정부는 최근 폴란드가 서구식 시장제도 도입후 5개월만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산넘어 산」인 상태다.

인플레를 잡고,전체경제의 80%인 국영기업을 맡을 새로운 민간기업가를 찾아내야 하며,조세제도를 개편하고,독점을 폐지하는 한편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등 난제들이 한꺼번에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4백2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와 노조의 파업,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불안고조등도 큰 골치거리다.

직장만 빼고 모든 것이 부족했다는 사회주의 폴란드경제가 이제는 직장마저 부족,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취약점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폴란드는 이 때문에 서구의 협력을 애타게 바라고 있지만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어쩌면 폴란드경제부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적 합의」와 이에 바탕한 인내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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