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보따리싸는 틈타 야금야금 침투/작년에만 20억불 기록… 총액 미국 앞질러/대중 무역전진기지 건설 노려일본의 자본이 대거 홍콩에 진출하고 있다.
홍콩의 장래에 불안을 느낀 홍콩 기업인들이 다투어 보따리를 싸고 있는 판에 일본인들은 그 틈새를 교묘히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천안문사태로 홍콩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던 지난해 일본의 홍콩 투자금액은 약2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일본의 대홍콩 투자액은 총80억달러에 달해 처음으로 70억달러의 미국을 앞질렀다.
오는 97년 중국반환을 앞두고 홍콩자본은 서둘러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률은 0%를 경우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조심스럽다는 일본인들은 오히려 투자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가들은 이 시기를 앞으로 10년간 중국과의 교역에서 필요한 좀더 큰 전진기지를 건설할 기회로 보고있다.
홍콩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부유한 계층은 아직까지 중국인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점차 일본 기업가들이 그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홍콩의 한 유명기업가는 『일본은 중국에 가장 많은 차관을 제공하고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중국이 이곳에 있는 일본인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위임을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기업가들은 홍콩을 지역적인 무역중심지와 대중국교역의 징검다리로 이용해 왔다. 때문에 중국의 상황이 악화될 때면 홍콩에서의 활동도 이에 비례해 주춤해져왔다.
그런데도 최근 일본 기업가들의 활동은 이러한 전통과는 정반대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강경파와 온건파 어느 정권이 들어서건 중국은 일본의 자본을 필요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쓰비시(삼릉)상사 홍콩지사의 한 간부는 『일본은 오는 97년 이후에도 중국당국이 홍콩은 특수한 경우라는 사실을 이해하리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이 홍콩에 진출하는 가장 큰 목표는 물론 중국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홍콩인들을 대상으로한 장사에서도 상당히 재미를 보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백화점들은 홍콩에 오는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해 홍콩중심지에 분점을 내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똑같은 물건을 일본에서 보다 싼값으로 팔아 언제나 일본관광객으로 붐빈다.
일본 백화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홍콩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최근 야호한 백화점은 홍콩의 새로운 주거지역인 신계에 큰 상점을 냈다. 목표는 이곳에 살고 있는 50여만명의 홍콩인들이다.
이밖에도 홍콩인들을 주대상으로 진출한 일본기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런 반면 홍콩인들은 서둘러 빠져 나가고 있다.
최근 홍콩상해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은 88년보다 10배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홍콩은 자본자유화를 실시하고 있어 정확한 금액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돈이 해외로 나갔다는 사실은 홍콩관리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일본자본은 그래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홍콩에 진출한 일본은행만도 50개가 넘고 증권회사도 30여개에 이른다.
이들 일본자본의 도움없이는 홍콩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인 홍콩 신공항건설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정도다.
홍콩당국은 신공항건설 세부계획을 수립한후 일본자본의 참여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일본의 은행들은 잠시 멈칫했다. 중국정부가 이 계획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처음 이 계획이 발표됐을때 홍콩이 이 공항을 이용,97년 이전에 홍콩재산을 모두 빼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눈치빠른 일본은행들은 재빨리 이를 알아채고 투자를 유보했으며,이에 놀란 홍콩 당국은 최근 고위인사를 동경에 보내야만 했었다.
그만큼 엔화를 앞세운 일본의 영향력이 이제는 영국이나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홍콩인들은 일본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면서도 반가워하지는 않는다.
쓰라린 일본통치의 경험때문이다. 홍콩인들은 매년 8월에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을 경축하는 기념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때 일본점령군의 사령부로 사용됐던 반도호텔은 일본 관광객들로 언제나 만원을 이루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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