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에 초ㆍ중ㆍ고교를 신설할 땅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 서울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인천 등 6대도시가 대규모 택지를 새로이 개발할 가용토지가 고갈될 위기에 처하면서 심각한 택지부족난을 겪게 됨에 따라 신설할 초ㆍ중ㆍ고교 부지난이 불가피해진 것을 피부로 느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학교부지를 구할 수 없게 된 어려움의 근본이유는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초ㆍ중ㆍ고교의 신설에는 학교건물 부지말고도 최소한 2∼3천평의 운동장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있으며 신개발지구라해도 그만한 규모의 부지가 시ㆍ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유로 확보된 것이 거의 없어 학교건물및 운동장 부지구입에는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심각한 학교부지난의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91∼96년까지 신설할 3백30개 초ㆍ중ㆍ고교 신설부지중 47개교의 부지를 그린벨트를 풀어 해결할 계획이고 부산시ㆍ인천시ㆍ경남도 등도 내년에 당장 14개 초ㆍ중학교를 그린벨트에 신축하겠다며 문교부를 통해 건설부의 승인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터이다. 물론 2세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린벨트 일부를 초ㆍ중ㆍ고교 부지로 활용해 보려는 궁색한 정책발상을 이해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그린벨트의 학교부지 활용을 아직은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을 안해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그래서 우리는 그보다는 차라리 서울시가 고육책으로나마 제시한 「운동장없는 작은 학교」 설립계획 (한국일보 6월8일자 13면보도)을 문교부차원에서 6대도시에 적극추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학교시설 기준령의 운동장규모규정 (3조1항∼3항)은 과대과밀도시에서 지켜질 수 없는 비현실적인 측면이 너무나 많다고 본다. 신설 국민학교의 경우 12학급일 때 운동장을 1천54평,중학교는 1천2백30평,고교는 1천4백85평을 갖춰야 하고 기준 12학급을 초과할 때마다 운동장확보를 비례적으로 늘리도록 함으로써 표준형인 38학급일 때 초ㆍ중ㆍ고교에 따라 2천5백∼3천5백평의 운동장을 갖추도록 한 것은 전원도시나 시골학교에서도 적용키 어려울 정도인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장시설을 못갖췄다해서 초ㆍ중ㆍ고교 신설자체를 포기한 채 학급수가 50∼70개가 넘는 과다학교와 한 학급 60명에 가까운 콩나물교실,그것도 모자라 대도시 국민학교 저학년의 2부제 수업을 언제까지 방치해 두겠다는 말인가. 법이고 규정이고 간에 현실성이 없으면 현실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택지난까지 겹친 이때에 2천∼3천평의 운동장을 갖춘 초ㆍ중ㆍ고교를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 실현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그렇다면 「운동장이 없는 학교신설」을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웬만한 운동은 실내체육관으로 대신하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운동회나 집단행사는 공설운동장을 빌려쓰는 대체방안을 모색하면 될 것이다.
교육선진인 구 미의 대도시와 홍콩ㆍ싱가포르 등 토지에 한계가 있는 나라에서는 「운동장없는 작은 학교」가 일반화된지 오래됐다는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다만 이같은 새로운 학교신설제도 도입이 시ㆍ도로 하여금 이미 신개발지구내에 학교부지로 확보해 놓은 땅마저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약삭빠른 구실을 합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를 분명히 한다면 「운동장 없는 작은 학교신설」 계획은 정말 해볼 만한 것이라고 본다.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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