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잖아 평양가는 길 뚫릴 것 낙관”/한소수교 완급조절 무리 안해/「고」 초면인데도 농담등 오가 친근감 느껴/“미서 북방외교 제동”은 오해… 오히려 도와노태우대통령은 6일 하오(한국시간 7일 상오) 부시 미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모스크바와 북경을 거쳐 북한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멀지 않아 평양가는 길이 뚫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은 이날 주미대사공관에서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ㆍ수행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한소ㆍ한미 정상회담에서 오고간 양국 정상들의 대화내용을 일문일답을 통해 소개했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련측이 우리에게 표명한 경제협력에 관한 기대가 어느 정도였습니까.
▲노대통령=충분히 기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보도를 통해 우리측이 당연히 소련측에 경제협력을 할 것을 알고서 이 문제를 명확히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정상회담 개최계획을 일체 비밀에 부쳐 소련측에서 한소 정상회담 개최계획을 알았던 사람은 고르바초프를 포함해 3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소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요.
▲노대통령=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고르바초프가 먼저 했어요. 고르바초프는 첫마디에서 『우리의 만남은 정상으로 나가는 시작이다』면서 『이제 우리의 만남이 우리 사이의 모든 얼음을 녹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처럼 서먹서먹하지 않고 분위기가 자연스러웠으며 농담도 자연스럽게 오고갔습니다.
하고싶은 얘기를 다 못한 것이 아닌지요.
▲노대통령=거의 다 했습니다. 지난해 내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측의 거센 시장개방요구에 『과일이 익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고르바초프가 나에게 그말을 하더군요. 이에대해 『동양에서 내가 제일 오래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물어보면 알 것』이라면서 『내가 익었다면 익은 줄 아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미소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어떻게 거론됐으며 부시 미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전해들었습니까.
▲노대통령=부시대통령은 고르바초프에게 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에 우려를 표시하고 핵문제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도록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말해 핵안전협정가입문제ㆍ테러포기선언 등과 관련,소련이 북한에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한반도평화정착ㆍ남북대화진전을 위해 소련이 최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주도록 부시대통령이 고르바초프에게 주문했고 고르바초프는 부시대통령의 주문을 받아들이면서 미국도 노력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합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노대통령=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고르바초프와 나 사이에 대화가 시작됐으므로 북한은 처음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북한의 변화가 한꺼번에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북한도 결국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의 군축제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노대통령=아무리 분석해봐도 북한제의는 하나의 선전으로 보입니다. 진정으로 군축을 원한다면 책임자가 만나야 할 것 아닙니까. 선언적인 것은 무의미한 것입니다. 고르바초프도 신뢰할 만하니 북한의 제의를 믿어 달라는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북한이 진정으로 무력통일의 공세전략을 포기하고 또한 그것을 확인,신뢰할 수 있게 되면 미 군사력뿐만 아니라 우리 군사력도 조정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 행정부관리는 한반도에서 유럽식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군축이 가능하다고 표명하고 있는데요.
▲노대통령=미국은 유럽식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의 군축을 바라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차대전이나 한국전이 군사력의 불균형때문에 일어났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동북아를 비롯,아태지역에서 적절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부시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르바초프에게 한국의 유엔가입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는지요.
▲노대통령=구체적으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정상과 만날 가능성은….
▲노대통령=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봅니다.
소련의 타스통신보도는 한소 관계정상화가 빨리 올 것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노대통령=무리를 하면서까지 추진해선 안될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의 양국 관계진전이 너무 빠른 지도 모르지요.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추진할 것입니다. 경제협력문제만 하더라도 절차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외교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방소시기는 구체적으로 어느때를 예상하고 있는지요.
▲노대통령=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르바초프와 청와대를 연결하는 하트라인을 설치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노대통령=생각해 봅시다.
고르바초프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는지요.
▲노대통령=그런 얘기는 없었어요. 고르바초프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미군 핵철거에 관해 말했는데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닌 만큼 미소 핵협상차원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지요.
나는 또한 세계에서 핵이 없어지기를 바라며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련은 북한에 갖고 있는 그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노대통령=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어요.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나에게 북한에 대해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어봤던 것은 영향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련이 북한의 고집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한소 정상회담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한소 정상회담이 대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노대통령=중국도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의 정치적 흐름에 역행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북경아시안게임 준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많은 것을 축적해 왔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때 북경을 방문할 것인지요.
▲노대통령=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고르바초프에게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까.
▲노대통령=헤어질때 고르바초프가 「다스비다니아」(또 만납시다)라고 했으나 대화도중에는 서로간의 방문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서울올림픽때 소련선수단이 받은 환대에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 대해 심정적으로 감싸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노대통령=고르바초프에게 그 문제에 관해 감동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말했습니다. 우리 사이가 가까워진다고 해서 소련은 결코 북한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했어요.
미국은 그동안 우리의 북방정책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대통령=결코 그렇지 않아요. 미국은 이번 한소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1백20%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적극 돕고 협력하겠다는 것이 기본자세입니다.<워싱턴=이재승ㆍ이종구특파원>워싱턴=이재승ㆍ이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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