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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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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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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테크)을 취재차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의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하고 있는 두 유학생을 만났다. 얘기끝에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할때 후회스러웠던 일은 없느냐고 물어봤다. 학생시절에 데모를 한답시고 허송했던 시간들을 공부하는 데 쓰지 못한 것이 이제와서 보니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8년전에 두 유학생과 나눴던 대화를 불현듯이 떠올리게 된 것은 7일자 조간신문에 보도된 과기대학생들의 시위와 관련된 기사 때문이다. 지난달 9일 민자당 창당에 항의,하룻동안 2천여명이 동맹휴업을 했고 일부학생들은 타대학생들의 연합가투에도 가담해 주동학생들이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생시위에 면역이 된 지 오래인 처지인데도 과기대생들의 시위를 보면서 유독 충격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들이 전원 육성회비를 제외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국비에서 제공받는 특수목적의 국립대학생들이라는 것 때문만도 아니다. 제적등 중징계를 받게 될 학생들이 무려 48명에 이를만큼 처벌범위가 크다는 것 때문은 더 더욱 아니다. 전국고교와 과학고등학교에서 특차로 선발된 우수한 두뇌들의 집단이 바로 과기대생들이며 그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그만큼 컸기에 충격과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물론 대학생들의 현실비판의식을 탓할 생각은 없다. 과기대생들 또한 혈기가 넘쳐나는 한창나이 때이고 주변의 같은 또래 대학생들의 현실참여 외침을 「강건너 불」로만 보기에는 어려웠으리라는 것도 이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과기대생들에 대한 이 사회의 기대가 무엇이라는 것쯤은 그 좋은 두뇌들이 모를 리 있겠는가. 누가 뭐라해도 과기대생들이 해야 할 일은 미래 한국의 과학분야를 책임지는 일이다. ◆과기대생들은 칼테크대학원생들이 했던 후회를 되풀이 하지말고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한 학문연구에 온 정열을 쏟아줬으면 한다. 현실정치참여와 개선노력은 그 분야의 학생들에게 맡겨둬도 된다. 이번 사건으로 탈락자를 내지않는 관용을 과기처등 관계당국에 바라는 이유도 인재를 아껴야 나라의 장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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