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에 한소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우리나라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경제적교류에 관하여 새로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기대와 관련하여 앞으로 우리기업들이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과 성공적인 거래관계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근 이들 국가들의 경제현상에 대하여 몇가지 문제점을 분석하여 봄으로써 북방외교에 따른 득과 실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첫째,현재 우리가 목표로하는 시장과 제품의 지속적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모두가 익히들어 알고 있듯이 소련에서는 현재 비누 휴지 소금 등의 생활필수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현상은 최근의 일로 5년전인 1985년만 해도 비누등이 남아돌아서 상점들이 비누를 더이상 사들일 것을 거부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와 같이 비누가 과잉공급되는 기미가 있자 중앙통제하의 계획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소련정부는 비누생산시설의 확대를 중단하고,원료도 다른제품을 만드는 데 전용하고,인도등으로부터의 수입도 일시에 중지하였다. 결국 이러한 조치로 비누의 공급이 전국적으로 축소된 반면,비누의 소비는 자연적 증가와 함께 가수요까지 겹쳐 오히려 시장에서 비누파동이 유발된 것이다.
이 때 비누등 부족한 생활필수품의 공급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즉 공급을 다시 증대하기 위하여 비누제조기계를 관장하는 정부부서와 원료를 관장하는 부서 등이 협력하여 비누생산을 늘리고 동시에 다시 수입조치까지 확대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부족현상은 시간이 감에따라 해결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제품의 장기적 수요를 기대한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주의 경영방식에 기인한 문제이다. 오늘날 소련의 지도자가 이야기하는 페레스트로이카(개편)는 결코 중앙통제방식의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로 전향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경제발전을 기하겠다는 노력일 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정치개혁과 더불어 소련의 공장장에게 자율권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그 권한은 주어진 생산시설을 가지고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능률적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 뿐이다. 즉 우리 기업에서와 같이 수요에 맞추어 원재료를 구입하고,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등 기업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업무에는 아무런 실질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같으면 부장이 결정할 사항을 중앙관서의 고급공무원이 개입되어야 겨우 부분적으로 해결될 수 있게된다. 이는 결국 사업상의 책임있는 상대자를 찾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우리의 자본주의와는 기본적으로 체제가 다른 사회주의하에서 기업을 새로이 시작한다든지 새로운 합작을 기도하는 것은 자본주의하에서의 기업가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과 장애물에 부딪치게 할 것이다.
셋째,이와 같은 체제의 차이때문인지 사업의 어려움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에 일본기업의 진출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작년전반기까지 일본기업의 소련진출은 16건에 2억달러투자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본기업의 미미한 진출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신천지를 제공하는 의미는 있다. 특히 우리는 이제까지 일본기업들이 선점하였거나 이미 지나간 시장을 뒤쫓아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기업의 진출이 미약한 소련이나 헝가리,유고 등의 경우 우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우리의 상표를 일본상표보다 우선하여 정착시키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왜 이와 같이 거대한 동유럽시장에 서방이나 일본기업들의 진출이 미미하였는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스위스신용은행의 에밀구르행장의 이야기가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즉 『동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체제는 우리의 정반대쪽의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고,과거 사유재산들이 모두 몰수되었다. 비록 현재 우리가 이들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믿음을 이해하려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주의하여야 하며,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겠다. 이들 국가에서의 변화가 공산주의를 뒤로 하는 것 같지만 과연 그후에 무엇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모르고 있지 않은가?』 세계에서 은행중에 은행이라는 스위스은행의 이러한 의견은 우리 기업들이 한번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겠다.
이상의 세가지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적현상은 우리 기업에 앞으로 진출전략의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 즉 동구 국가들의 시장은 신천지와 같은 새로운 기회를 우리에게 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시장을 확보하고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변화의 과도기적 측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결코 소련이 우리의 봉이 되지 않을 것이고,우리도 소련의 봉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곽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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