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에 “한ㆍ소 얼음 이미 녹아 물되어 흘러”/노 “신사고 히말라야 막혀 아직 한반도 못와”/고 “힘합쳐 양국관계 과일 잘 익혀서 먹자”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4일 하오(한국시간 5일 상오) 역사적인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첫 만남이었음에도 위트와 유머가 섞인 대화로 한소양국의 현안을 풀어 나갔다.
다음은 정상회담중 두 정상이 주고받은 가벼운 대화내용.
▲고르바초프대통령=한국이 서울올림픽을 훌륭히 치렀다는 이야기를 그라모프 올림픽위원장으로부터 잘 들었다. 한국정부와 국민이 소련선수단을 뜨겁게 환대하고 친절을 베풀어 준 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국민은 한소 관계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태우대통령=한소 관계발전에 대한 한국국민의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소 관계발전이 곧 우리가 북한과 화해를 이루는 길이고 남북이 결합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절대다수가 지지한다.
소련이 최근 여러 공연단을 보내줘 레닌그라드교향악단과 볼쇼이발레단 공연을 직접 가봤다. 레닌그라드교향악단 지휘자가 나보고 말하기를 『우리 고르바초프대통령은 너무 바빠서 우리 교향악단을 관람한 적이 없는데 한국대통령이 관람을 해줘 고맙다』고 했다.
▲고르바초프대통령=노대통령이 나보다 훨씬 어려움을 잘 해결해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노대통령=난들 왜 어렵지 않겠는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더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소련주간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소련상품을 사려고 해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매진되었다. 이게 바로 한소간의 관계에 청신호가 아닌가 생각한다.
▲고르바초프대통령=노대통령이 나를 만나자고 제의해왔을 때 깊이 생각한 끝에 세계가 변하고 우리 스스로가 변하고 있는데 왜 못만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수락했다. 백마디 말보다도 오늘 우리들의 만남으로 세계화해와 한소 관계발전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노대통령=고르바초프대통령의 신사고에 의한 개혁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데 히말라야산맥이 높아서인지 한반도에는 아직 오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도 개혁의 물결이 오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르바초프대통령=한국이 분단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국민에 대해서 깊은 동정을 느끼는데 한반도문제를 지금부터 다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발전해온 한소관계를 더 높은 관계로 발전시켜 저높은 고지에 한소협력의 깃발이 펄럭이게 하자. 러시아속담에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른다」는 말이 있는데 한소관계의 얼음은 이미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대통령=한국 속담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한소 양국은 정말 좋은 시작을 한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일은 잘 익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 한소관계라는 과일을 잘 성숙시켜 모든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잘 성숙시키자.
▲노대통령=나는 동양에서 가장 잘 인내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때를 봐서 과일이 잘 익었다고 하면 분명히 맛이 있을 때다.
▲고르바초프대통령=우리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한편 고르바초프대통령은 『한국 보드카(소주 지칭)와 소련 보드카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나은가』라며 노대통령에게 스토르크치나 보드카와 모스코스카야 보드카 각 1병씩과 캐비아 3통이 들어있는 상자에 친필 사인을 해 선물했고 노대통령은 답례로 자개서류함과 보석함을 선물했다.【샌프란시스코=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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