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국기를 상징하는 「망치와 낫」만 새긴 상품이면 불티가 나게 팔린다고 한다. 한소 정상대좌로 동북아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소련붐과 특수에의 기대도 절정을 치닫는 느낌이다. 소련어 강습이 만원을 이루는가 하면 백화점의 소련상품이나 음식코너도 문전성시이다. 오죽하면 국내의 의류ㆍ문구 메이커들이 이같은 붐에 편승,망치와 낫을 제품에 새겨넣어 재미를 볼 정도이겠는가. 서울에 주재하는 소련무역부 소장도 양국교역이 5년내 50억달러 규모로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인 것이다.하지만 이같은 때 일수록 서두르면 실리를 잃는다는 충고의 소리도 들린다. 양국경제협력이 통일을 앞당겨 줄 것이 기대되고,거대한 소련 생필품 시장진출이 우리업계에 특수를 몰고올 것도 같아 보이지만 지나친 기대나 흥분은 금물이라는 경계론도 업계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소련과의 교섭에 앞장서온 원로 재벌총수가 최근 성급한 흥분보다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도 생각나는 시점이다.
그런데 미소 정상회담으로 우리처럼 고르비붐이 일고있는 미국의 유에스뉴스지가 회담에 때맞춘 최신호에서 대소교역의 위험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한게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하루 1백만원(1천3백70달러)이 먹히는 모스크바」라는 제목의 그 현지발 기사는 모스크바에 사무실하나 유지하는데 3억5천만원이 든다면서 미국대사관 상무관의 말을 인용했다. 그 상무관은 찾아온 자기나라 기업인에게 세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첫째 당신은 흥정을 터는데 우선 3만달러를 들일 수 있으며,둘째 사무실 열기를 기다리는 3년동안 매년 20만달러를 또 쓸 수 있고,셋째 그 뒤에도 이익을 고대하며 3년을 또 기다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예를들어 세계적 화제가 된 모스크바의 맥도널드 햄버거상점도 14년의 세월과 5천만달러의 투자끝에 최근 문을 열었지만 이익은 못보고 있고,펩시콜라도 보드카를 대신 가져와 이익금을 간접회수한다는 것이다. 사무실 기근으로 아직도 6백명의 서방기업인이 호텔방에서 일을 보고있고 사무실 임대료도 동경을 뺨친다. 국제통화가 가능한 전화설치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소련에서 승인받은 서방기업과의 합작사업 1천5백건중 가동되는 것은 10%뿐이고,소련이 갚지못한 대금이 43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기업도 천만달러 이상의 받을 돈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러고보면 기업합작이나 국제거래환경이 정착되지 않은 소련은 거대한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이익 현실성은 별로인 셈이고,이런 걸림돌들이 성급한 특수에의 꿈을 진정시킬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이같은 경제환경말고 또다른 걸림돌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급진개혁파 옐친의 부상과 시민들의 불만 고조,각 소수공화국의 독립기도로 상징되는 소련내부의 분열과 지도력위기가 바로 그 정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바야흐로 역사적인 새 지평이 열리는 시점이다. 통일에의 염원과 특수에의 기대로 누구나 가슴마저 설렌다. 이럴때 일수록 덤비지 말고 사려깊은 노력과 정성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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