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0ㆍ26 고 박정희대통령시해사건」 상고심 선고공판의 소수의견을 공개키로 한 결정은 지난 10년동안 대법관 6명의 소신있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온 국민들에게 새삼스레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되살려 주었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지금까지 공개하지않은 이유가 역사적실체를 은폐하고 새 정권의 논리를 창출하려는 당시 신군부의 사법부에 대한 강압때문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있다.
사실 「김재규사건」의 소수의견은 그동안 대학가의 대자보나 월간지 등의 추측보도 등으로 소문만 무성할뿐 한번도 표면화되지않은채 베일속에 가려져 왔다.
『대통령을 시해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기관을 전복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수없다』는 파격적인 목소리를 낸 대법관 6명은 신군부의 서슬푸른위세속에서 사표와 재임용탈락의 굴욕을 겪었지만 대외발표 통제로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었다.
이 사건은 5공시절의 사법부가 「존엄성과 양심의 상징적 보루」로서의 역할을 상실한채 「사법부의 성좌」로 불리는 대법관들이 외풍과 압력앞에 굴복해가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대법원의 소수의견은 기본적으로 판결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의 최고법률해석이라는 점에서 영원히 기록으로 남겨져야할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대법원은 「대법원판례집」과 「전원합의체판결집」 등 공식간행물에 이를 실어 법관들의 교과서용으로 사용하는것이 통례이나 유독 「김재규사건」과 「김대중내란음모사건」만은 단 한번도 수록되지 못했다.
이로인해 대부분의 판사들조차 소수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열람하려했다가 거부당했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사건당사자인 김재규피고인에게도 판결문을 전달했다가 바로 회수하는 등 불법이 자행됐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집발간은 사법부가 양심과 법률외적인 이유로 명예를 실추당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