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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시대」 확인한 미ㆍ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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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시대」 확인한 미ㆍ소(사설)

입력
199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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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몰타에서 길이 뚫린 미ㆍ소의 냉전청산을 위한 정상회담은 역시 몰타회담에 비해 덜 극적이면서,보다 실질적인 합의의 기반을 넓히고 끝났다. 3일에 끝난 워싱턴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말해서 최대의 문제인 독일통일문제를 뒤로 미룬채,전략핵감축과 화학무기감축 그리고 통상협정에 합의를 보거나 서명한 것으로 끝났다.만약 독일통일문제에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이번 워싱턴 회담은 실망스럽게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전청산이라는 커다란 원칙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그 최종적인 구상과 방법에 합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이번 워싱턴회담에서 확인한 셈이다.

결국 냉전청산을 위한 첫 미ㆍ소 정상회담은 독일통일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보다 실무적 기초작업에 합의했다는 데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전략핵 30%감축을 위한 예비적 합의는 이번 회담이 거둔 구체적 합의중에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무역협정은 소련측이 「최혜국대우」를 희망했으나,발트3국의 독립문제가 미국의회의 비판적 자세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발트3국의 문제는 옐친이 움직이는 러시아공화국이 연방정부와는 반대되는 입장에서 「실질적지원」을 들고나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렇게 본다면 첫 냉전청산회담은 구체적합의문서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 확실하다. 무역협정은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있는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의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독일의 위치와 관련되는 재래식군비의 축소에도 합의를 보지는 못했지만,무엇보다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은 역시 미ㆍ소 정상회담을 「연례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두 초강대국은 앞으로 계속해서 상호신뢰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쳐서 독일통일을 비롯한 거시적인 구도에 합의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첫 냉전청산회담이 이러한 합의과정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면 그런대로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우리로서는 미ㆍ소 두나라 정상이 지역문제,특히 냉전시대의 최전선인 한반도문제에 무엇을 어떻게 논의했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두나라 모두 한반도문제에는 입을 다물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지역문제에 대해 뚜렷한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나타나긴 했지만,얼핏 「뜻밖」이라고 볼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반도문제는 미ㆍ소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회담으로 무대가 넘겨졌다고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크게 봐서 샌프란시스코회담은 워싱턴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다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앞서 부시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예에 따라 아시아ㆍ태평양국가들과 경제협력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련의 아시아정책이 어느 분야보다도 경제협력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경제도 포괄적인 평화체제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인만큼,샌프란시스코회담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평화체제구축에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적극적인 평화의지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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