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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성시대/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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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성시대/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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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가 전성시대를 맞고있다. 이러한 우리외교의 황금기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들의 개방물결과 이로인한 미소간의 밀월관계 등 변화된 국제환경 때문에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국제여건의 변화물결을 민첩하게 탈 수 있는 외교능력이 없었더라면 이런 외교시대는 맞기 어려웠을 것이다. 크게 보면 여기에는 물론 세계 12대교역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국력의 뒷받침이 깔려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한국외교가 제트기류를 타고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 바로 5일의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역사적 회담이다. 이 극적인 회담을 두고 외교혁명이라고까지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결코 지나친 극찬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소련과 같은 초강대국이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에 경제원조를 요청하고 있다니 정말 믿기 어려운 꿈같은 얘기이다.

제6공화국이나 노태우대통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큰 행운은 기대할 수 없다. 내정실패로 많은 비난을 받고 인기가 떨어졌다 해도 외교면에서 상당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나간 5공화국의 비운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행운이다. 전두환대통령이 이끄는 동남아 정상외교팀이 버마 아웅산에서 북한의 폭탄테러를 당하고 돌아왔을때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분노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가. 또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의 미사일공격을 받아 숱한 인명이 억울하게 희생되었을 때에도 우리는 얼마나 울먹여야 했던가.

그러한 비운의 과거를 되새겨 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외교적 사건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변화를 행운으로 맞이하고 있는 한국은 분명 국운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앞에서 우리는 북한의 형편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북한이 고립되고 궁지에 몰리게 될 경우 「쥐가 고양이를 무는」식으로 무슨 불장난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그들이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할 움직임마저 보이며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가 국제사회에서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후견인이자 외교 대부역을 해온 소련이 한국과 수교까지 서두는데 대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당장 모스크바주재 손성필대사를 불러들였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정무협의를 위한 일시귀국인지 아니면 대사대리급으로 관계를 격하시키기 위한 영구소환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일 후자의 경우가 확실하다면 북한은 세상물정을 너무도 모르는 큰 오판을 하는 셈이다. 동구에서는 처음으로 헝가리가 한국과 수교했을때 북한은 대사를 철수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만 거두지 않았는가.

한국은 외교전성시대에 도취된 나머지 북한의 존재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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