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공산권의 와해라는 충격적인 사태속에서 아시아공산권은 지금 심각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고민하는 아시아공산권의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다.중국은 오늘 4일로 비극적인 천안문유혈사태의 한돌을 맞는다. 이 비극적인 유혈의 진상은 아직도 많은 의문에 싸인 채로 남아있다. 한쪽에서는 수백명이 총탄앞에 죽었다고 하고,또 한쪽에서는 수천명이 희생됐다는 추측도 있다.
어쨌든 세계의 기대를 끌어 모았던 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을 하루 아침에 분노와 비난의 소용돌이 속에 떨어지게 했던 천안문의 충격은 지금도 풀리지 않은 채로 있다. 그 충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던 것처럼,중국은 지금도 안팎으로 천안문의 멍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방선진국들은 1년이 넘도록 차관을 중단하고,고위관리의 중국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수입도 20%가 떨어졌고 공업생산 성장률은 한해전 17.7%에서 6.8%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6월부터 석달동안 긴축정책을 썼다가 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늘어나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올들어 첫 3개월동안 공업생산의 성장은 0을 기록했다.
중국당국은 지난 1월 북경의 계엄령을 풀고,5월초에는 민주화운동참가자 2백11명을 석방하기도 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5월29일 의회에서 반대의 소리가 있는데도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1년 연장키로 작정한 것도 이런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문사태이후의 중국은 이미 그 전과 같을 수 없는 자리에 서있다. 78년 등소평의 실용주의노선이 중국을 이끌기 시작한 이래,그는 개혁ㆍ개방노선과 보수노선을 교묘히 조정하면서 균형을 유지했다. 이 균형이 깨지려고 할 때마다 그는 개혁ㆍ개방노선을 견제해 왔다. 그는 87년에 호요방을 헌 신짝처럼 버렸고,지난해 천안문사태이후 조자양을 밀어냈다.
밑으로부터의 민주화운동을 총으로 꺼버린 뒤 중국은 적어도 국내통제방식에 있어서 모택동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띠고 있다. 뇌봉학습운동이 다시 일어나고,전국적인 당원 재등록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국가부주석 왕진에 이어 등소평 자신이 「소련의 수정주의」를 비난하고,『고르바초프는 실각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도체제는 안으로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밖으로는 소련과 국경의 감군협정을 맺고 서방측에 대해서는 북경의 계엄해제나 반체제학생 석방같은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갖는 가장 큰 관심거리는 중국의 대한정책이다. 중국은 김일성과의 동맹관계강화를 강조하는 듯 하면서도 지난 4월 소련과의 외무장관회담에서는 「남북한의 대화」를 촉구했었다.
중국과 한국은 지난해에 왕복무역 31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중국의 국가적 위신을 걸고 있는 9월의 북경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한국의 협력을 기대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ㆍ소 정상회담은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대한정책에 변화를 강요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중국의 대한정책의 방향을 낙관적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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