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특1급 비상령」… 긴장고조/무장경찰들 검문검색 삼엄/광장폐쇄… 시민들 무표정/대학가는 시위설속 술렁6ㆍ4천안문사태 1주년을 맞는 북경에 다시 특1급 「계비」조치가 내려졌다.
2일 아침 일찍 시내간선도로에는 방폭장비에 집총한 군복차림의 인민무장경찰병력이 10∼20m간격으로 늘어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한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교차로에는 군용트럭과 함께 수십∼수백명의 병력이 집중배치돼 있고 군용지프와 기동순찰차량이 거리를 누볐다. 계엄은 해제됐으나 거리의 분위기는 계엄때로 다시 돌아간듯 하다.
지난 1일까지만해도 거리의 표정은 극히 평온해 보였다. 밤 10시가 넘으면 시내중심지로 통하는 큰길에서 집총한 무경들의 검문검색이 목격됐으나 아침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히 「국제아동절」(어린이날)인 지난 1일에는 천안문광장에서 4만명의 어린이가 모인 대축전이 벌어졌다.
광장복판에서 운동회와 무용,그림그리기 대회가 진행되면서 하루종일 웃음과 환호성이 떠나갈 듯 했다. 상공에는 오색깃발과 꽃치장을 한 4개의 대형 애드벌룬,1만마리의 비둘기가 날던 개막식광경에선 불안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광장은 아동절행사를 이유로 지난 31일부터 일반시민들에게 폐쇄되어 있었다.
아동절은 지나갔으나 광장은 오는 5일까지,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8∼10일까지는 계속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일 아침 거리에 나왔던 무장병력들은 상오 10시가 좀 넘어서 어디론지 철수를 시작,하오들어 거리는 표면상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광장의 폐쇄와 함께 다가오는 「6ㆍ4」에 대비한 단순한 한차례 무력시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4월이후 6ㆍ4가 다가오면서 내내 안정을 과시해오던 당국은 최근 무엇인가 불안한 낌새를 잡고 보다 강경한 대비책과 강도높은 경고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북경의 각 대학과 공장,기관 등은 지난달 27일부터 단위별로 당서기와 교장(총장)등 행정책임자 및 간부확대회의를 거의 매일 소집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 30일 회의에서 내부지시로 이미 특1급 계비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과 공원,기관단체 직원들에게는 외출할때 반드시 사전승인을 얻게하고 있다. 외출은 반드시 3명이상을 한조로 허용하며,천안문광장에 접근하지 말 것,또 외출후에는 각조의 대표가 외출결과를 사후보고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북경대등 대학구내는 곳곳에 사복요원들이 깔려있는 것을 빼고는 평온해 보였다. 대자보가 붙던 자리에는 무도회와 영화상영 등을 알리는 광고물뿐,학생들의 발길조차 드물다.
그러나 학교구내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을 붙들고 물어보아도 6ㆍ4에 대해 좀체로 입을 떼지 않으려는 표면상의 평온과는 달리 끝내 입을 연 학생들에게서 엄청난 긴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학생은 6ㆍ4당일이 『조그만 움직임조차 없이 그냥 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같은 큰 일은 없겠지만 상징적인 시위라도 6ㆍ4를 놓쳐버리면 다시 기회는 없다』는 것이 일부 학생들간의 분위기라고 이 학생은 덧붙였다.
학생들간에는 6ㆍ4당일 서너군데로 천안문광장을 향한 침묵행진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오를 지어 시위행진을 못하더라도 대학가가 있는 해정구에서 세갈래 코스를 통해 건국문 앞에 일단 집결,광장으로 일제히 행진한다는 것이다.또 이날 누군가가 광장에서 분신을 계획하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작년 10월 국경절 행사때 군부대에서 폭약 몇십톤이 행방불명된 것이 지금까지도 미제사건이며,6ㆍ4소요설의 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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