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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평화공존의 길로 나설 것”/한­소 정상회담 의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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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평화공존의 길로 나설 것”/한­소 정상회담 의의(특별기고)

입력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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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압력 무시못해… 개방 불가피/한­중수교등 동아지곡 변동예상오는 4일 우리는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의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게 된다.

아직도 미수교 관계인 한ㆍ소간 정상회담의 개최는 외교관례상 분명히 파격적인,예외적 관례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ㆍ소 관계사상 최초로 열리는 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에 대하여 특별히 큰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각별한 기대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회담이 한ㆍ소 양국 관계개선뿐 아니라 남북한 관계 및 동북아정세 등 국제질서의 큰 부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몇가지 의의를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한ㆍ소간 외교 정상화문제와 관련,이번 정상회담에서 한ㆍ소 외교 정상화의 합의가 이루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의 개최가 한ㆍ소 양국간 외교정상화를 앞당기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것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한ㆍ소간 외교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체제유지를 위하여 단단히 빗장을 잠그고 있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여,실질적인 남북대화 및 이를 바탕으로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에 순기능적으로 기여할 것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외교적 차원에서 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ㆍ소 외교 정상화가 실현될 경우 이는 한ㆍ중 외교 관계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 된다. 천안문사태(1989ㆍ6)이후 국내정치의 강경ㆍ보수화로 북한과 정치적 유대를 강화,대한국관계개선에 주저하고 있는 중국으로 하여금 한ㆍ소 외교정상화는 한ㆍ중 외교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좋은 명분과 구실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ㆍ중 양국은 오는 9월 북경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을 계기로,양국간 외교 관계개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호기회를 맞고 있다.

둘째,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이 한ㆍ소 수교로 연결될 경우,양국간 교역ㆍ투자 등 경제협력을 바탕으로한 실질관계가 엄청나게 증폭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미 한ㆍ소 교역량은 지난 89년말 현재 6억달러에 도달,과거 1억∼2억달러의 수준에 비하여 엄청나게 신장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그룹의 시베리아 산림개발 등 수개의 국내기업체들이 소련과의 합작투자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ㆍ소가 미수교 관계이기 때문에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어 한ㆍ소 경제확대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한ㆍ소 외교 관계개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한ㆍ소간 경협이 본격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ㆍ미 무역마찰등과 관련,교역다변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우리의 기술과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음은 물론,한국을 거점으로 하여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ㆍ태 경제권에 진출하려고 하는 소련의 이해관계가 수렴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ㆍ소간 수교는 양국간 실질관계의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을 통한 양국간 수교의 가속화는 이미 동구권과의 수교를 거의 마무리 짓고 있는 우리의 북방외교가 제1단계를 넘어 한ㆍ중 수교를 겨냥한 본격적인 제2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련과의 수교가 한ㆍ중 수교에 상승작용을 일으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앞에서 우리는 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이 갖는 몇가지 의의를 짚어 보았다. 다음에는 한ㆍ소 정상회담이 한반도,동북아 및 국제정치질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이 북한의 김일성 체제에 큰 충격파와 함께 소련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소ㆍ북한관계는 「최악의 상태」가 될 수도 있으나,양국간 군사ㆍ전략ㆍ경제부문에서의 상호 이해관계 때문에 장기간 이러한 최악의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고 본다. 소련은 북한측에 모든 레버리지를 동원,한반도의 현실인식과 남북 평화공존의 불가피성을 설득ㆍ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결국 북한은 급속한 대외적 상황변화에 대한 「자기적응」의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ㆍ일과의 관계정상화 및 유엔가입 등 한국이 주장해온 남북한간 「잠정체제」(a modus vivendi)의 수립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잠정체제를 바탕으로 남북한은 인적ㆍ물적 교류의 확대 및 군비통제를 실현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최근 미ㆍ소의 한반도 군비통제에 이해관계의 수렴화가 주목된다.

둘째,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전략환경의 핵심고리인 한반도의 탈냉전의 길이 열릴 경우 이는 한ㆍ중 관계의 정상화는 물론 미ㆍ일의 대북한 관계정상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탈냉전화와 평화정착은 동북아의 전략환경을 평화구조로 전환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ㆍ소 관계 개선에도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정책의 추구는 동구권 사회주의권의 와해와 독일통일을 가속화 시키는 등 전후 유럽국제정치질서의 대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한ㆍ소 정상회담을 계기로한 한ㆍ소 관계의 정상화는 중ㆍ장기적 시각에서 한반도의 탈냉전화와 평화정착,동북아 전략환경의 평화구조에로의 전환,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바탕으로 하는 아ㆍ태지역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창출을 유도하는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김국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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