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용어 또는 외교적 표현은 가장 상식적인 것으로서 강경한 내용의 말로 상대방을 자극 또는 흥분시키거나 실례되지 않게 말하는 용어나 언어사용을 뜻한다』 외교학의 태두인 해럴드ㆍ니콜슨경의 정의이다. ◆니콜슨경에 의하면 국가간의 관계가 험악한 상태일수록 외교적 표현은 냉정하고 정중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것. 만일 단정적,직선적인 표현을 남발하게 되면 「위험한 사태」나 「불이익을 자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미ㆍ일 등 서방의 지도국들에 대해 자신의 뜻에 맞지않아 비난 공격할 때는 욕설이나 협박성 표현을 마구 구사한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인민의 뜨거운 불벼락을 맛보게 될 것이다」 등등.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은 「장래 파생되는 모든 책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협박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직전 같은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헝가리가 한국과 상주대표부 상호설치를 전격발표하자 크게 당황한 북한은 헝가리에 대해 분풀이를 했다. 그들의 중앙통신은 『마르크스ㆍ레닌주의의 원칙과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대의와 명분에 대한 참지못할 배반이다. 공산주의자들의 기본자세와 도덕적 의무마저 저버린 뻔뻔스러운 행위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상주대표부 설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이로인해 야기되는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즉 국교단절이나 선전포고의 예고와 같은 공갈이었다. ◆이번 한소 정상회담 발표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두말할 여지없이 북한이다. 그들은 외교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 회담이 실현된다면 한반도의 분열을 고착시키는 것과 관련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소련이 공산권의 종가인지라 전례없이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으나 문면을 보면 불쾌감과 분노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더이상 격변하는 국제사회에서 미아ㆍ고아가 되지 않으려면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변화에 순응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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