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ㆍ통보」는 한ㆍ소ㆍ북한 모두 부인이번 한소 정상회담은 소련ㆍ북한간의 오랜 우의관계에도 불구하고 소련측이 정상회담 개최를 북한에 사전통보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당혹이 더 큰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소ㆍ한ㆍ북한이 모두 「사전통보」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공식반응이 이례적으로 빨랐고 그 비난강도가 예상보다 약해(유석열외교안보연구원연구실장) 어느 정도의 「귀띔」은 받았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점은 정상회담의 내용이나 합의와 관계없이 소ㆍ북한관계의 기본적인 변화를 시사해줄 수 있는 것이어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아사히(조일)신문은 1일 워싱턴발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방미수행원인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이 문제를 북한과 사전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한 31일 뉴욕타임스지도 소 공산당중앙위 대변인 니콜라이ㆍ시실린이 31일 『소련은 「위대한 지도자」(김일성)의 정책이 아니라 소련독자의 정책을 유지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소련측은 한국과의 국교정상화를 북한의 동의를 받지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개혁을 촉구하는 의도라며 「북한에 사전통보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소련의 강력한 요청」임을 내세워 언론에 정상회담 전날인 「3일까지의 보도통제」를 요청한 것도 북한이 이 사실을 알고 사전에 반발함으로써 오는 역효과를 억제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자 곧 31일 관영중앙통신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 외교부대변인은 중앙통신기자와의 인터뷰서 『소련측으로부터 아무런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으나 이 회담이 실현된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분열을 고착시키는 문제와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한 북한은 같은 날 남북대화 북측대표단 명의로 공동성명을 발표,중단된 남북대화의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반응은 예상보다는 비난의 강도가 낮아 북한이 이렇게 빠른 한소 정상회담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어도 어느 정도 이 추세에 대한 심적인 준비는 해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의 방소때와 같이 대소관계는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사실보도와 논평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논평을 한 점도 소련측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귀띔을 사전에 받았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소련측도 북한을 의식,「한국측의 보도통제」를 요청한 뒤 30일 일본신문에 보도되자 한국보다도 먼저 30일 모스크바방송을 통해 노대통령의 방미사실과 「5월30일∼6월4일사이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나려는 목적」을 보도함으로써 「우리 정부보다 북한을 덜 의식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와 이번 한소 정상회담이 미소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에서 열리는 점,정상회담 공식발표전인 30일 북경에서 미군유해추가송환을 위한 제10차 미ㆍ북한 외교실무접촉이 있었던 점등을 종합해 본다면 북한도 이번 미ㆍ소ㆍ한의 접촉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은 아니었음(한양대 신승권교수)을 의미하고 있다.
즉 미소는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현상유지」에 합의한 뒤 북한의 개방을 위해 한소관계를 미ㆍ북한보다 한발 앞서 진행시켰다고 볼 수 있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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