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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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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주택가 담너머 빨간덩굴장미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또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해당화도 타는 듯 교태를 피울 때다. 농촌에선 이때를 「맥추」라고 하여 보리타작을 하고 모를 내기에 일손이 바쁘다. ◆6월은 망종이자 현충일(6일)이 들어있고 민족상잔의 비극을 연출한 「6ㆍ25」가 끼여 있다. 금년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이 「6ㆍ25」를 일으킨지 40년째가 된다. 전쟁을 부추긴 「북극의 곰」 소련이 웃음을 먹음고 우리 앞에 다가서 오고 있다.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한소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6ㆍ25」는 꼬박 3년동안 혈전을 벌인 끝에 한국을 비롯한 유엔군측 사상자가 무려 33만명에 달했다. 공산측은 그 4배가 되는 1백30만명. 20만명의 전쟁미망인과 10만명의 전쟁고아를 냈고 공업시설은 절반이 파괴됐다. 전사가들은 제1차세계대전의 규모와 맞먹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선 유엔군측 전비가 1백50억달러로 그때와 같다는 것이다. ◆당대의 시인 두보는 전쟁의 폐허를 돌아보고 『나라는 망했으나 산과 강은 그대로 남아있고,성벽엔 초목만 무성하구나』(국파산하재,성춘초목심)라고 읊었다. 하지만 우리는 국토만 초토화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갈기갈기 찢겼다. 1천만명이상의 이산가족이 생사를 모른 채 헤어져 살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못한 민족은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다. 「6ㆍ25」는 분명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서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6월은 또한 민주화의 달이기도 하다. 「6ㆍ10」 민주항쟁과 「6ㆍ29」 선언은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 안보와 민족통일을 일깨우는 「6ㆍ25」와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확인시킨 「6ㆍ29」가 같은 달에 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6월에 이 두목표를 함께 달성할 민주주의라는 장미꽃이 활짝 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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