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반골” 제2인자 부상/“자결권” 제일성… 연방내 강력한 발언권/페레스트로이카,일선 통치기구 확산 입증소련 급진개혁파의 기수 보리스ㆍ옐친(59)이 소 연방의 모체이자 중추인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고르바초프가 주도하는 페레스트로이카가 일선통치기구에까지 완전히 뿌리내리고 있는 대세를 상징한다.
지난 2월7일 공산당중앙위 총회에서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폐기하고 다당제 및 정치적 다원주의를 선언한 직후 실시된 소련 각 공화국의 최고회의 및 지방 소비에트선거에서 그동안 소수파로 알려졌던 급진개혁세력들은 대승을 거두었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20일 급진개혁파 경제학자인 가브릴ㆍ포포프가 모스크바 시장으로 선출돼 소련의 심장부를 장악했다.
이어 옐친이 러시아공 최고실권자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소련전체가 급진개혁세력에 의해 평정됐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서방언론들은 옐친의 러시아공화국 대통령당선을 고르바초프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추진전략에서 급진개혁세력,특히 그 리더인 옐친이 차지해온 전략적 위치를 도외시한 분석이라고 해야 옳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85년 서기장취임 직후 스베르들로프스크지방 당제1서기였던 옐친을 일약 모스크바시 당제1서기겸 정치국후보위원으로 발탁,개혁추진을 위한 최고측근으로 삼았었다. 옐친은 당시 보수세력이 온존해있던 공산당지도부내에서 강력한 개혁논리를 앞장서 외침으로써,최고지도자로서 중진노선을 어느정도 취해야만 하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의지를 대변했다.
그러나 급속히 부상하던 옐친은 보수세력의 완강한 저항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고르바초프의 「우유부단」을 공격하고 나섰다가 정치국 등 권력기구에서 밀려났다. 당시 옐친의 이같은 무모한 「정치적 자살」은 성격적 결함 또는 지나친 야심 때문인 것으로 평가됐었다.
또 일부에서는 옐친의 정치적 대부인 고르바초프도 옐친에 대한 보수세력의 강력한 견제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와 옐친간의 관계에 정통한 관측통들은 당시 옐친이 기존권력체제를 벗어나 급진개혁추진세력을 지휘,고르바초프의 체제개혁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리고 이 분석대로 옐친은 국가건설위원회 부의장이란 공식직책과는 관계없이 공산당지도부의 수구적 자세를 맹렬히 공격하며 급진개혁논리를 피력,개혁에 필요한 사회적 분위기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옐친은 지난해 3월 실질적인 대의기구로 새로 구성된 의회인 인민대표대회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과시하며 당선된 뒤에는 의회내에서 공산당권력독점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세력을 이끌어 왔다.
그는 당시 인민대표대회에서 선출하는 상급기구인 최고회의 대의원선거에서는 보수세력의 견제로 탈락됐었다. 그러나 이때 고르바초프는 이미 당선된 대의원을 사퇴케해 옐친의 대의원 선출을 도움으로써 옐친이 「허가 받은 반골」임을 입증했다.
이렇게 보면 옐친의 공화국 최고회의의장 당선은 그가 이제 「체제내 야당」에서 다시 권력핵심으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가 복귀한 권력핵심은 기존의 공산당지배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권력체계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즉 공산당권력독점 포기와 강력한 대통령제 채택에 따라 현재 소련 정치는 연방 대통령과 중앙정부 및 국민직선의회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하부에 연방구성공화국의 최고회의가 행정기구를 관장하는 최고권력 기구로서 자치적통치권을 행사하게 돼있다. 이는 곧 공산당의 지휘체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음을 뜻한다.
옐친은 소련 전체면적의 70% 이상,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방대한 러시아공화국의 최고실권자가 됨으로써 고르바초프에 이어 「소련의 2인자」가 된 셈이다.
그는 연방전체의 국정문제에 관해서도 대통령직속연방위원회위원으로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발언권은 조만간 각 공화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연방제가 개편될 경우 한층 강력해 질 것임에 틀림없다.
옐친은 당선 후 연설에서 『공화국들의 힘이 우리의 강력한 연방을 결속시킬 수 있도록 연방의 주권과 모든 공화국들의 동등 및 독립을 지지한다』고 밝혀 고르바초프가 구상하고 있는 「국가연합」과 같은 내용의 당선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 앞으로 러시아공은 새로운 체제에서 다시 탄생해야 한다고 밝혀 각공화국의 중앙정부로부터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치ㆍ자결권을 강조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앞으로 개혁초기의 공개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급진개혁의 실행을 가속화시켜 나갈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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