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전후 「한국 경계론」/일,기술이전 급격차단/경제블록화시대 우군없는 고립 자초/아태 결속 한국없인 불능/손해의식 탈피 과감한 전수 시급일본의 대한 기술이전문제가 양국간의 최대 현안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은 한나라의 경제의 승패를 판가름짓는 관건이다. 일본에 기술파이프를 대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일본의 기술이전 기피로 경제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탈일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는 일본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
일본이 우리 기업에 기술이전을 꺼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60∼70년대에 경제개발을 서두르자 기술제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일본이 80년대 중반이후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자 기술이전을 회피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이같은 일본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자동차ㆍ컬러TVㆍVTR 등 우리 상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쟁을 하자 일본의 기업들이 태도를 바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의 기술이전이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고 생각한 일본기업들이 이때부터 노골적으로 기술이전을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연도별 대일 기술도입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70년대이후 매년 20∼30%씩 증가했던 대일 기술도입건수는 87년 3백7건을 고비로 줄기 시작,88년에는 2백88건,89년에는 1백80건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기술을 독자개발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기술이전을 안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려하는 「부머랭효과」는 과대 포장된 감이 없지않다. 우리 경제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일본이 더 잘 알고 있다. 지난 62년이후 도입기술 5천7백94건중 51.6%인 2천9백88건이 일본기술이다.
이같이 대일 기술예속이 심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87년 미국 특허청에 출연한 특허건수가 일본이 2만5천건인 데 비해 우리는 2백건에 불과,기술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전제품ㆍ자동차 등 극히 제한된 분야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상품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본상품은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우리 상품은 값이 다소 싼 중간수준의 제품으로 차별화돼 있다. 일본이 경쟁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컬러TVㆍVTRㆍ자동차 등도 엄격히 보면,서로 다른 시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일본이 「한국 경계론」을 펴는 것은 경쟁자 없이 기술독점적 위치를 구가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같은 전략에 바탕을 둔 기술식민주의(Technocolony) 근린경제고사정책의 결과는 일본자신을 오히려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일본의 공격적인 수출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등 선진국을 비롯,경제적 예속상태에 있는 후진국등 전세계 국가들의 공동의 적이 되고 있다. EC(유럽공동체) 통합등 경제의 블록화도 근본취지는 일본의 공세에 이웃나라끼리 힘을 모아 대처하자는 것이 주요목표중의 하나다.
EC의 경우 회원국가끼리의 기술교환ㆍ공동개발 등이 활발하게 추진돼 일본의 경제력에 대항할 힘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블록화 움직임은 일본의 경제가 막강해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게 확실하다.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이뤄진 뒤에도 일본이 오늘날의 번영을 계속 구가할 수 있을 것인가. 해외지향형의 속성을 지닌 일본경제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블록경제앞에 결국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다른 블록경제도 대항할 수밖에 없다. 아태경제권이 논의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렇게 될 때 일본이 한국을 동반자로 선택해야 함은 불가피하다. 지리적으로나 기술소화능력으로 한국이 가장 이상적인 협력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점을 인식한다면 일본이 기술이전을 꺼릴 이유가 없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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