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학문연구분야중 우리가 의학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질병퇴치를 연구하는 의학이 건강과 수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른바 생명과학이기 때문이다. 의술을 인술이라고 함도 똑같은 논리다.그러나 최근 우리의 주변서 잇달아 발생하는 진료거부나 의사와 환자사이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은 의술은 인술이라는 동양의 의술관이나 의료인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서양의 의료철학(히포크라테스 선서)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는 것같아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특히 각급병ㆍ의원의 의료진이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진료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중환자의 취급을 꺼리거나 일요일의 응급환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들은 의료서비스 수준향상을 통한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명백한 장애요소로 하루속히 그 해소책이 마련돼야 함은 마땅하다.
사실 이런 의료기피경향은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 만큼 이의 근절을 위해서는 의료분쟁의 적절한 조정의 길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사회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의료행위가 있는 곳에 의료사고는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고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분쟁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의료보험의 전국실시로 의료시술이 확대됨으로써 의료사고와 분쟁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보사부,또는 대한의협에 접수된 것만 연간 5∼6백건에 이르고 접수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연간 2천여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의료행위의 위축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환자기피등으로 이어지는 조짐은 뚜렷하나 이런 문제를 완화시킬 제도마련에는 모두가 너무 소홀한 것 같다. 예를들어 각 시도단위로 의료분쟁 조정제도가 있지만 신청절차나 보상내용등의 문제로 유명무실한 상태로 이 문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문제로 방치되어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10%가 의료사고를 경험했으며 의료사고를 경험한 사람의 60%만이 사고를 낸 병ㆍ의원서 후속진료를 받았을 뿐이고 보상까지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며 50.4%는 의사의 명백한 과실을 입증할 수 없어 보상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하면 대한의협의 조사 국내병ㆍ의원의 66%가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자측의 폭행ㆍ협박 등 실력행사를 경험했고 45%가 실력행사위협에 굴복하여 화해에 응했다고 한다. 이 두단체의 조사결과는 이 문제를 위해 당국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보이고 있다. 제도의 마련인 것이다. 그것이 이런 갈등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갈등을 완화하고 의료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법에 따른 의료심사조정위외에도 대한의협은 의료사고에 대비하여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임의가입에 1구좌 보상한도가 3백만원에 불과하여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과 일반소비자의 이해와 권익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의료분쟁조정특별법 같은 것을 마련하는등 적극적인 조정장치,조정기구를 설치하고 전국 각병ㆍ의원 의무가입에 보상한도를 현실화시킨 공제제도를 강화시키며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개발하는등 정부가 좀더 강력하게 개입하여 국민보건증진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의 회복도 중요하다. 그것은 한 점 부끄럼없이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높은 직업적 윤리와 이런 의사를 믿고 따르는 환자의 태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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