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서 결판” 명분축적에 주력/민자 일단 강공돌파… 야와 막후대화는 계속/평민 “시기상조” 실력행사 자제 「여당흠내기」13대후반 원구성을 위한 제149회 임시국회가 29일 하오 「1일회기」로 야당의 불참속에 민자당 단독으로 열린다.
여당의 단독소집에 항의,평민당이 약속된 청와대 영수회담마저 연기를 요구하는등 두차례 잇따라 열리는 임시국회는 자칫 파행으로 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여야는 6월초로 예정된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평민총재와의 영수회담에 돌파구의 기대를 갖고 있다.
여야의 임시국회 대책과 영수회담 전략을 점검해 본다.
▷민자당◁
「1일 회기」의 임시국회가 「강행」과 「불참」으로 파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민자당은 예정대로 29일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선출한 뒤 6월중순께 1백50회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주요현안을 처리한다는 정면돌파전략을 세웠다.
민자당이 29일 「하루 국회」에서 평민당이 불참하더라도 의장단을 선출하겠다는 것은 현의장단 임기가 29일로 만료됨에 따라 국회법등 관련법에 의거,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인 만큼 그 파행은 전적으로 평민당측에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평민당이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지자제 실시시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국민용 명분이며 상임위원장 배분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속셈이 드러난 이상 민자당은 평민당이 불참하더라도 단독운영이 여론상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을 뿐더러 책임정치구현 차원에서도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관련,김영삼대표는 지난 27일 의원세미나에서 『국회관례와 헌법에 의해 국회의장단은 임기가 만료되면 반드시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의장단 선출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대표는 특히 평민당측이 임시국회 운영에 상임위원장 할애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타협과 대화로 정국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역사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상임위원장 배분보다는 여권의 책임정치구현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자당은 여야 대결국면이 지속될 경우 중요한 현안을 처리할 6월 임시국회는 물론 향후 정국운영및 거여 집권당으로서 정국주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일단 강경자세를 유지하면서 야당측과 막후대화를 시도한다는 화전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은 29일 「하루 국회」가 평민당의 불참으로 13대 후반기 국회 첫날이 모양이 좋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있긴 하나 여야 대화를 재개하는 한편 오는 6월초의 영수회담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당초 29일로 예정된 영수회담이 평민당의 요청으로 연기돼긴 했지만 현시점에서 성사된다고 해도 제1야당의 실체를 인정해주면서 쌍방의 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데 고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권으로서는 평민당측에 제공할 「마땅한 선물」이 없는데다 평민이 요구하고 있는 ▲지자제실시시기 확정 ▲상임위원장 할애 ▲이상옥의원 석방 등이 어느것 하나 수용해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대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민자당은 지자제실시와 관련,평민당이 정당추천제 허용을 요구하면서 조기실시를 촉구하는 속셈이 야권통합을 둘러싼 내부갈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 전략으로 보고 「여야 협상을 통해 관계법을 처리한다」는 원칙론을 표명하면서 시간을 버는 맞불작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은 국회에 계류중인 개혁입법중 광주보상법ㆍ국군조직법개정안은 평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한편 5공특위ㆍ광주특위 등 국회 각종특위도 반드시 해체,5공청산의 후속조치를 올 상반기중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자당은 이와함께 부동산투기 억제법안및 세제개편안등 20여건의 민생법안도 처리,경제난국 극복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한편 의원윤리강령 또는 윤리준칙도 민자당 주도로 관철해 나가기로 했다.
민자당이 이처럼 협상과 강행으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3당통합이후 출현한 「거여 민자당」에 대한 신뢰성 회복과 3대 계파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평민당◁
평민당이 29일의 민자당 단독국회에 대해 단순 불참이라는 비교적 「온건한 결정」을 한 것은 영수회담등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앞두고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총재는 국회불참을 결정한 28일의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머지않아 당운을 건 본격적인 싸움을 해야하는데 의장선출문제를 가지고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전략ㆍ전술에 문제가 있다』고 정국운영의 초점이 영수회담이후에 모아져 있음을 강조한 뒤 『제도권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정도이상의 과잉반응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29일의 「하루 국회」에 대해 필요이상의 행동을 했다가는 6월초의 영수회담과 영수회담이후의 운신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는 의총에 앞서 27일 밤 서명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영수회담에 임하는 「단단한 각오」를 설명한 뒤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혔다는 후문이다.
28일의 의원총회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야당으로서는 택하기 쉬운 실력저지방안보다는 단순불참을 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평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 앞서 총재단회의를 열고 단순불참을 먼저 결정했고 의원총회에서 김총재가 이같은 총재단회의의 결론을 밝히자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은 없었다. 다만 유인학의원이 『민주당(가칭)이 선명성을 의식해 실력행사를 할 경우에 대비책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대해 많은 의원들은 『우리 일은 우리 결정대로 하자』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서명파 의원들도 김총재가 영수회담이후에 있을 본격적인 토론회에서 야권통합에 대한 「복안」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이때까지 기다려보자는 태도이다.
따라서 평민당으로서는 대여 관계설정은 물론 당내문제인 야권통합을 둘러싼 서명파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당내외 현안이 영수회담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게되는 셈이다.
물론 당내일각에서는 중간평가를 연기했던 지난해 3월의 영수회담 직후에 공안정국이 시작됐고 지난 1월의 영수회담 불과 1주일여 뒤에 3당합당이 이뤄졌다는 점등을 들어 영수회담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또 재야등 일부에서는 김총재의 청와대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으름장이 있기도 했다.
이에대해 김총재는 『이번 회담은 몇가지의 정치현안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고 노태우대통령이 민주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또 야당을 국정의 상대자로 인정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등 향후정국의 근본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면서 『비판적 세력을 대표한 야당총재 자격으로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평민당은 6월중순의 제1백50회 국회에서 처리될 지방자치선거법과 광주관련법안및 평민당몫 부의장과 1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민자당 단독국회 운영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중에서도 평민당이 가장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민자당의 상임위원장 「독식문제」 여부. 평민당은 임시국회에 대한 협조여부를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처리등 정치현안에 연계시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임위원장 배분문제가 얽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민당은 민자당이 강행하려는 1일 국회가 단순히 의장선출만을 위한 것인 만큼 이를 실력저지하는 것은 사안에 비해 지나친 반응이라는 점도 십분 의식해가면서 영수회담후의 행보를 위해 명분을 축적해 가고 있는 것이다.<이병규ㆍ조명구기자>이병규ㆍ조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