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무적함대가 사실은 패전함대였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거창한 이름을 가졌던 16세기 스페인의 그 함대는 영국함대와의 대결에서 참담히 패배,세계의 해상무역권을 넘겨주는 계기가 됐었다.이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었던 함대와는 달리 겉보기엔 비록 잡동사니 배들을 모은 것이지만 전쟁에서 맡은바 임무를 훌륭히 수행,전사에 뚜렷이 남아있는 함대도 있다. 2차대전초기 덩케르크철수작전에서 기적적인 공훈을 세웠던 소위 영국의 「모기함대」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어제는 바로 그 모기함대의 작전참가 50돌 기념일이었다. 이날 옛 격전지 덩케르크에서는 수천명의 영불 참전용사들과 함께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배들중 75척이 모여 뜻깊은 기념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덩케르크작전이란 2차대전 초기 히틀러의 전격작전에 어이없이 해안으로 까지 쫓긴 연합군이 필사적으로 펼쳤던 영국으로의 철수작전이었다. 당시 하늘에선 독일공군의 끝없는 공습,지상과 해상에선 독일기갑부대와 해안포의 십자포망에 밀려 덩케르크해안 모래밭에 오갈대 없이 갇혔던 40만명에 가까운 연합군이었다. 대륙의 초기 전투에서 어처구니없이 참패,그때까지 남아있던 연합군의 병력의 전부는 더이상 후퇴할 곳이 없어 바다에 빠질 운명이었는데 도버해협을 달려와 이들을 구한게 바로 모기함대였다.
흔히 작은것의 대명사가 모기이다. 개인소유의 작은 낚싯배나 어선에서 유람선,요트,연안수송선과 폐함직전의 옛군함 등 당시 영국에서 구할 수 있던 배들을 총동원,8백50척의 배들로 구성됐던 철수선단은 그래서 모기함대의 이름이 붙었다. 이 함대 아닌 함대는 50년전 5월28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된 8일 동안의 작전에서 무려 33만8천여명을 철수시키는 엄청난 기적을 연출했던 것이다.
종전후 전사가들은 이 모기함대의 공적이야말로 연합군의 절멸은 물론이고 전투경험있는 정예병력의 손실을 막아 끝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큰 밑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참으로 기념할만한 공훈이고 교훈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6월이면 6ㆍ25 40돌을 어느새 맞게 된다. 남들은 옛 격전지에 모여 그 날을 기념하고 교훈을 되새기는데,우리는 아직도 남북이 대치중이고 이제야 일부나마 유해반환이 되고있는 딱한 현실이다. 모기함대 50돌 소식을 들으며 우리도 6ㆍ25초기 형편없이 밀릴때 무작정 한강다리를 끊는 대신 온 나라가 똘똘뭉쳐 낚싯배로 개미함대라도 만들어 조직적인 도하작전을 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인명과 출중안 인물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짙은 후회가 남는다.
처칠은 2차대전 회고록의 머릿말에서 『나는 과거를 자세히 그리고 깊이 살펴보는 것이 미래의 거울이 되어 신세대에게 지난날의 과거를 다시 범하지 않게 했으면 하고 간절히 염원했다』고 썼었다.
전쟁이란 지나고보면 참 허망하고 무용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지나간 전쟁에서 얻은 쓰라린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책무를 우리는 언제나 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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