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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외화내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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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외화내빈(사설)

입력
1990.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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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ㆍ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10.3%로 집계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반가움보다 오히려 진한 놀라움을 던져준다. 부동산투기의 확산,증시정체,과소비풍조의 만연에 더하기를 물가상승과 수출부진이 겹쳐서 경제위기와 「총체적 난국」 진단까지 나왔던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두자리 수의 성장실적을 올렸으니 누가 생각해도 의외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얼핏보기에는 그동안 침체해있던 경기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이제 다시 고도성장으로 재도약하게 될 징후가 되지않나 하는 감마저 갖게 된다.그러나 차분히 성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같은 기대감을 갖기에 아무런 근거를 갖추지 못한 외화내빈의 수치상 고도성장임을 금세 알게 된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은 것이 건설부문의 기형적 확대이고 소비부문의 신장이기 때문이다.

수출부진이 계속되고 제조업의 성장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은 지난 1ㆍ4분기중 무려 39.1%나 성장했다. 아파트등 주거용 건설이 97.9% 증가한데다가 비업무용 건설도 상업용 건설의 61.4% 신장에 힘입어 28.1%가 증가했다. 그런속에서도 비주거용 건설중 공장신축등 제조업종의 건물건설증가는 오히려 7.6% 감소하고 있으니 성장을 주도했다는 건설부문의 호황이 제조업의 생산시설증가에서보다 가격상승요인에 업힌 주택신축과 투기성 상가건축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성장의 내용이 건전치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내수주도의 경제성장에서 특히 과소비가 성장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면 그것 또한 건전치 못한 징조이다. 승용차 세탁기 가구 등에 대한 과소비 열기때문에 그의 증가율이 9.7%에서 11.1%로 늘어났다. 내수의 성장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를 통한 성장률 신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또 수출이 침체된 상태에서 내수에의 성장률 의존은 정상이라고 하기 어려울줄로 안다.

한은조사에 의하면 설비투자성장률이 지난해 1.4분기의 7.3%에서 18.6%로 크게 늘어난 것은 앞으로의 제조업성장에 기대를 걸게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성장률이 7.1%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작년의 경제상황이 워낙 나빠서 1.8%의 증가밖에 못했던 탓으로 상대적으로 과대표시된 측면이 없지않으며 특히 상품수출은 0.1% 증가에 그치고 있어 우리 경제의 극심한 불균형성장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건설경기란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하기보다 주기적으로 심한 기복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건설부문의 주도로 이루어진 올 1ㆍ4분기의 고성장이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울것같다.

수출부진의 내용도 우리에겐 불안의 요인으로 비쳐진다. 1ㆍ4분기중의 수출에서 자동차는 26.0%,의류는 10.6%,통신및 녹음기기는 10.1%씩 줄어들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우리 수출의 간판상품이었던 품목들이 대폭으로 줄어듦으로써 조속한 수출경쟁력 회복에 밝은 전망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어 있는 판국이다.

업종간에 심한 불균형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제조업의 내용도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종별 성장률을 보면 1차기계업등 중화학공업의 성장은 10.6%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경공업부문이 1.4% 성장에 그쳐 있고 특히 한때 우리의 주요수출품목이었던 의복이 마이너스 3.8%,섬유가 마이너스 1.4%로 매우 저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1ㆍ4분기의 성장률이 10.3%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를 체감할 수 없었던 주요원인은 수출부진과 고용효과가 큰 경공업부문이 침체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실이야 어쨌든간에 수치상 호황이라고 할 수 있는 10.3% 성장실적을 많은 사람들이 침체국면으로 잘못 진단하고 있었던 데에는 정부경제당국자들의 부정확한 상황진단과 잘못 짚은 예측및 정책방향설정의 미스등이 더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간의 불균형성장을 잡을 수 있도록 산업구조의 조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며 과소비억제를 위해 무분별한 사치성 상품의 수입억제에 제도적ㆍ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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