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최근 소비 패턴이 달라진다는 말들은 많았지만 26일 한은이 발표한 1ㆍ4분기 가계소비에 관한 통계는 이런 말들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계소비는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11.9%가 늘어난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 내역의 변화는 다르다. 예를들어 담배류ㆍ식료품은 각각 3.8%,8.2% 늘어난 반면 싱크대ㆍ소형가재도구등 가계시설에 관한 비용은 23.7%,세탁기ㆍ냉장고 등은 25.9%,승용차는 무려 35.2%나 늘었다. ◆평균가계가 이러한 만큼 부유층이라고 그런 추세에 뒤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유명업체가 수입했다는 대당 1,2억원짜리 캠핑 트레일러도 이런 추세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대형버스만한 이 캠핑 트레일러가 다섯식구든 몇식구든 한가족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정경을. 아마도 눈총을 받기가 십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타고가는 사람에게도 유쾌한 「캠프여행」은 되지못할 것이다. ◆그렇지 안아도 우리는 과소비다,호화다하고 한바탕 열병을 치렀다. 덕분인지 몰라도 좀 잦아든 듯한 기운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사회의 통합을 위해 퍽 다행한 일이다. 에어컨장치를 하고 침실,욕탕,주방 등까지 갖췄다는 트레일러들을 부두의 선거내에 보관한 채 통관을 미루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도입업체의 감각도 무디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압박을 받는 이유는 수출 신장세가 전만 못한탓도 있지만 불요불급한 호화가구나 고급승용차,심지어 TV세트까지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급증에 있다는 게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세련된 자제가 있으면 호화수입품도 맥을 못춘다. 캠핑트레일러를 수입한 것이 별로 뉴스가 되지않는 사회로 성숙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자제라는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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